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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의 시대 |  | |
| 항상 로봇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인간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
일단, 대화를 들어보자.
A: 실례합니다만, 전에 뵌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B: 김개똥이라고 합니다.
A: 아! 김개똥씨. 그렇군요. 김개똥씨였군요. (머리 회전하는 소리) 이거 한 달만에 뵙는 거 아닙니까.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놀랍게도 A와 B는 인간끼리의 대화가 아니다. 이건 로봇과 인간의 대화다. A는 일본의 CAI사가 만든 대화형 로봇 ´S돌(S doll)´이 손님을 맞을 때 건네는 말들이다. ´S돌´은 턱시도를 입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는 호텔 로봇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로봇 눈에 사용된 ´카오파스 시스템´때문인데 보통 100명 정도는 얼굴을 보는 순간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만난 사람이라면 재빨리 인식할 수 있고 만난지 오래된 사람이라도 데이터를 뒤져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그러니까 저 ´머리 회전하는 소리´는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로 대체할 수 있다. 도대체 ´로봇´은 얼마나 진화한 것일까. 정말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은 가능한 것일까?
도지마 와코의 「로봇의 시대」는 로봇이 얼마만큼 진화했는지 그 현주소를 가늠해 보는 책이다. 주로 일본 얘기가 많긴 하지만 로봇 산업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국가가 일본인만큼 그리 시대와 동떨어진 얘기는 아니다. 세계 최초의 애완용 로봇 ´아이보´를 출시한 것은 일본의 ´소니´였으며 두 다리로 걷는 ´아시모´를 선보인 것 역시 일본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우선 ´로봇´에 대해 우리가 궁금해하던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우주소년 아톰´에서부터 사람처럼 표정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IBM의 로봇 ´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로봇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우리의 생활에 깊이 파고든 로봇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과학적인 깊이보다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화제들로 이야기를 시작해 어렵지 않게 로봇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로봇 스모 대회, 로봇 격투기 대회 등의 로보콘(ROBOCON; 로봇 컨테스트) 행사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일본만의 독특한 로봇문화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저자는 로봇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한 후 21세기는 ´로봇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주와 해저를 탐사하는 로봇, 인명을 구조하는 로봇 등 인간과 로봇은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마이크로로봇들처럼 로봇공학에 생명과학이 결합됐을 때 수술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예견한다.
아이보용 로봇 공학 3원칙이란 것이 있다. ①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지만,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인간을 피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반격해서는 안 된다. ② 로봇은 원칙적으로 인간에 대해 주의와 애정을 쏟아야 하지만, 때로는 반항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③ 로봇은 원칙적으로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을 잘 참고 견뎌야 하지만, 가끔은 얄미운 말을 해도 된다.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을 재미있게 뒤튼 것이다. 로봇과 인간의 구분이 모호하다. 이처럼 인간이 로봇에 대해 매달리는 것은 사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1996년 12월 혼다가 개발한 자율형 휴머노이드 P2는 ´혼다 사피엔스´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인간과 로봇은 더 이상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함께 진화하며 함께 지혜로워지는 단계가 온 것이다. 휴머노이드 연구가 뇌 과학, 진화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과 함께 진행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의 연구에는 이런 슬로건이 붙어 있다. ´인간을 더욱 깊이 알자.´ ´Robota´라는 체코어 어원에서 비롯된 ´로봇´에는 ´자발적인 하인´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카렐 차페크가 「로봇」에서 그려낸 로봇의 모습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제 로봇은 하인이 아닌, 친구가 되고 있다. (김중혁 vonnegut@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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