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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와 신비주의 |  | |
| 당신을 둘러싼 숫자들이 당신을 말한다
한 인간은 수많은 숫자에 둘러 싸여 있다.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번호와 전화번호와 복권번호 등 어쩌면 인간은 이 숫자들에 의해 그 존재가 규명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연 이 숫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숫자들은 우연히 나를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나와 필연적인 운명으로 만난 것일까? 피타고라스는 ‘우주에는 조화로운 관계가 있으며 인간은 단지 이를 발견할 뿐’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숫자가 있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인간과 우주와 수(數)는 어떤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일까?
영국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존 킹의 「수와 신비주의」는 수의 신비를 통해 우주의 섭리를 해석한 책이다. 숫자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데 거기다 우주의 섭리까지 곁들여진다니 벌써부터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수와 신비주의」가 지닌 최고의 강점은 바로 쉽다는 점이다. 존 킹 역시 그 점을 분명히 해두고 있다.
“수학만큼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구멍이 난 욕조에 1분에 2갤런의 속도로 물이 들어올 때, 3.5명의 사람이 4피트 × 7.125인치의 도랑을 파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 지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던가. 이 책은 독자가 수학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좀 더 명확히 말해서, 이 책은 독자가 덧셈, 뺄셈, 곱셈 그리고 나눗셈의 네 가지 기본 산수만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서문 중에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만 알면 이 책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게다가 이 책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수와 신비주의」는 ‘숫자의 역사’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수학적 역사를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부터 피타고라스, 뉴턴,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역사를 바꾼 여러 인물들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페이지는 세 번째 장인 ‘수의 속성’이다. 이 장에서는 0부터 9까지 각 수들이 다양한 문화에서 어떻게 해석됐는지를 살피고 있다. 예컨대 피타고라스 학파는 숫자 1을 ‘모나드’라 불렀으며 다른 모든 수들의 제1원인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1은 현재와 ‘지금’을 뜻하는 수다. 시간 속의 1은 자신의 차원이 없으면서 모든 영원함을 정의한다. 2는 여성을 뜻하는 수다. 많은 문화에서 2는 불화와 부조화 또는 분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원한 ‘하나’에 대항하는 수이기 때문이다. 3은 상서로운 수이며 남성의 수다. 3은 어제, 오늘, 내일 또는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한다. 3은 풍요, 창조력, 성취와 관련된 수로 여긴다. 예수는 33세까지 살았으며 위대한 영적 지도자인 ‘마하트마’의 수가 33이다.
「수와 신비주의」를 읽다보면 세계의 모든 비밀이 숫자와 관련돼 있는 것만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10장 〈응용 수비학-수마법〉에서는 문자를 수비학적으로 해석하는 게마트리아 체계를 다루고 있다. 게마트리아 체계는 수비주의 전통이 강한 카발라 문헌에서 비롯된 것인데 성서해석에 이용되기도 했다. 글쓴이는 책의 목적이 전통적인 수비학 기법을 현대화함으로써 독자들이 실제로 실용수비학과 수마법(數魔法)을 시도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마법은 ‘어떻게 하면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높일 수 있는가?’와 같은 1차원적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수마법은 물질적인 이익보다는 정신적인 치유를 목적으로 하며 세계를 해석하는 또 하나의 도구이다. 수마법은 우주의 신비를 해석하는 수많은 열쇠 중 하나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우주의 신비를 담고 있기도 하다. 자, 이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숫자들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자. 과연 나는 누구일까? (김중혁 vonnegut@libro.co.kr/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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