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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나이 알아맞추기 게임
‘17세기 이래로 과학에서 가장 논쟁이 많았던 숫자 중 하나’. 스티븐 브러쉬는 지구의 나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1560년대 창조론으로 시작한 지구의 나이는 켈빈의 지구냉각설과 라이엘의 암석을 통한 지층 분석, 퀴리부부의 방사능 원소 발견 등을 거쳐 마침내 ‘우라늄-납’ 동위원소 측정방법으로 퇴적암의 나이를 계산하기까지 약 반세기 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는 누가 어떻게 계산한 것이며, 또 지구의 나이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의 나이와 관련된 논쟁은 단순히 ‘숫자에 관한 논쟁’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우주와 지구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이론을 전개하는 신학자들과 암석이나 화석 등의 자연현상을 토대로 지구암석의 나이를 알아내는 자연주의 과학자들의 대립, 즉 창조론과 진화론의 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의지에 따르는 삶을 사느냐, 아니면 창조주에 의해 결정된 삶을 사느냐를 결정하는 한 개인의 행동철학과 연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지구의 연대를 추적해낸 인물은 미국의 지질학자 클레어 패터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라늄-납 방사능 측정법을 이용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46억 년을 계산해낸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는 아서 홈즈. 그가 주장한 맨틀대류설은 대륙이동설을 지지하는 강력한 이론으로서, 지구의 형성 과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아서 홈즈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한 가지 기억할 점. 지구의 나이 연구와 직접 관련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과학사도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과학 연구 환경, 켈빈과 젊은 물리학자들 사이의 논쟁, 다윈의 진화론 전개의 걸림돌, 마리 퀴리의 방사선 발견, 리더퍼드와 소디의 방사성 원소를 이용한 암석의 나이 추정 등이 그것인데, 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와 홈즈의 일기, 매스컴에 보도됐던 내용, 사진 등도 실려 있어 한층 흥미를 더한다.
가끔씩 눈에 띄는 전문용어나 골치 아픈 지질학 원리들은 너그럽게 넘어가자. 과학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게임이라 생각하면 쉽다. 평생 지구의 나이를 계산하는 게임에 참여했던 홈즈처럼 말이다.(박재은 whity79@libro.co.kr/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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