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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天國)
선(善)한 사람이 죽은 후에 간다는 천국
하늘나라 하느님이 지배한다는 천국
살아 생전에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천국이
사람들 모여사는 이 어둡고 컴컴한 세상에
잠시 환하게 불 밝히려고 내려왔다는
소문이 무성하여
무작정 청량리역으로 가 표를 끊고
밤기차를 타고 간 것이다
천국으로 향해 가는 길 유리창 밖 풍경은
무릉계곡의 맑은 물 줄달음쳐 흘러가고
국화꽃 안개꽃 한데 어울려 핀 정원에
호랑나비와 까치 희롱하며 날아다니고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와 사과와 포도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별빛처럼 눈빛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사람
그대와 손을 맞잡고 마냥 행복할거라고
하면서 기차에서 내린 곳은
이른 새벽 찬란한 해 꼿꼿이 고개 치켜드는
정동진이거나
붉은 노을 그물에 걸려드는 대천 앞바다거나
아하, 천국에는 저렇게 지평선만 있어서
이쪽 저쪽 가로막는 울타리도 없고
천국에는 색깔도 없고 무기도 없어서
천국에는 왕도 주인도 노예도 없어서
천국에는 사랑으로 만든 노래와 춤만 있어서
천국에는 무소유에 무의식에 무의미에
무한한 무의 세계만 있어서
가만 보니 이별도 없고 그리움도
전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이런 천국보다
애타는 나의 마음 편지로 보낼 수 있고
나를 버리고 돌아선 그대 가는 길에
꽃을 꺾어 뿌릴 수도 있고
이 세상 너무나 가엾어서 벽을 보고
돌아누워 하염없이 울 수 있는 이곳이
바로 내가 찾는 천국이 아닐까 하여
밤기차를 타고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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