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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카스테라를 먹지 않습니다. |  | |
| 홍성진님(서울시 광진구)
제 동생은 자신의 왼발을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집안에서도 항상 양말을 신고 있습니다.
행여 누가 볼 새라 자기의 왼발을 오른발에
집어넣어 가리곤 하지요.
동생이 그럴 때마다 전 항상 고개를 돌려 외면합니다.
동생의 왼발은 저에겐 천근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짐입니다.
구부러진 왼발, 동생의 왼발은 구부러져 있습니다.
동생의 왼발은 걸을 때마다 심하게 절뚝거립니다.
어릴 적부터 그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생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뜀박질도 잘하고 했으니
선천적인 장애는 아니지요.
동생이 일곱 살 ,내가 아홉 살이던 그 해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도 내렸었죠. 희미한 기억 저편으로
눈이 내리고 있는 작은 냇가 다리 위에 동생과 제가
서있습니다. 동생의 손에는 반달이 그려진
카스테라가 들려 있군요. 반달이 그려진 카스텔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비싸서 자주는 먹지 못했던
카스테라였기에 동생 손에 쥐어진 그것이 그리도
먹고 싶었나 봅니다. 성난 얼굴로 동생의 카스테라를
빼앗으려고 제가 달려들었죠.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뜀박질 대장인 동생이 날쌔게
도망을 치고, 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겨우 따라붙어 동생의 뒷덜미를 힘껏 잡아챘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얼어붙은 돌다리 밑으로 동생이 미끄러져 떨어 진 것은,
제가 붙잡은 뒷덜미는 동생의 옷이 아닌 목도리였습니다.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진 동생의 손에는
반달 그림이 그려진 카스테라가 꼭 쥐어져 있었지요.
두 방망이질을 쳐대는 가슴을 부여안고 집으로 달렸습니다.
잠시 후 동생을 업고 정신없이 달리는 어머니 뒤로
전 눈물이 범벅이 된 채 말없이 뛰었습니다.
읍내 병원까지 가던 그 길이 왜그리 멀던지…,
한참을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동생은 깨어나자마자
저를 찾았습니다.
그러더니 빙그레 웃으며 그러더군요.
“형아 담엔 절대 안 질꺼다.
뜀박질은 내가 형아 니보다 더 잘 뛴다.
그리고 내 카스텔라 형아 니 묵거라.
형아가 이긴 거니께, 내 주는기다”
그렇게 웃던 동생은 다시는 뛰지 못했습니다.
발 등이 심하게 다쳤다고 하더군요.
전 그 때부터 카스테라를 먹지 않습니다.
동생은 글쎄요,먹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군요.
군대에 가지 못했을 때도 미안해 하는 절 보며,
“형, 니 덕분에 나 장군에 아들됐다 아이가.
고맙데이~” 하고 넉살 좋게 나를 위로하던
내 동생 영진이. 그 애가 서른을 다섯 해나 넘긴
지금에서야 결혼을 합니다.
어여뿐 제수씨는 영진이의 구부러진 왼발에
신겨진 양말을 벗겨 주겠지요.
아마 그 땐 영진이도 더 이상 양말을
신지 않을지 모릅니다.
(월간 ‘행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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