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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작품 |  | |
| (마대복/정희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
이모의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네 이모부가 고대병원 중환자실
에 입원했는데 매우 위급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이모부는 일주일이나 사경을 헤
메었다. 이모의 가족들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나 있는 아들은 이제 대학
2학년인데다, 시장 모퉁이에서 순대국 장사를 하셨던 이모부로서는 그 큰 돈을 저축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시집간 딸이 100만원을 빌려 왔지만 그걸로는 어림없었다.
보다 못한 아들이 2학기 등록금을 은행에서 찾아들고 뛰어왔다. 이모는 안된다고 막무
가내였다. “대학이 문제예요? 하루라도 아버지가 더 사는 것이 문제지요….” 그리고
는 흐느끼는 아들. 사실 나에게 이종사촌 동생이 되는 건환이는 이모부와 이모가 데려
다 기른 자식이었다. 핏덩이를 데려 오던 날, 이모는 나를 불렀다. “대복아, 우리 내
외가 늙으막에 아들 하나를 데려다 기르려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전 절대 반대입
니다. 이모님의 어려운 생활형편도 문제지만 연로하신 분이 언제 길러서 자식덕 보겠
다고 그러세요. 그리고 딸 하나 주워다 길러서 시집 보냈으면 그것으로 족해요.” 나
는 퉁명스럽게 말씀드렸다. 이모부님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홀트복지회에 보내면 미
국가서 잘 되는 애들도 있다고 들었다만, 어찌 잘 사는 사람만 자식 낳고 기르는 게
냐. 가난한 사람도 자기 자식 낳고 기르지 않느냐. 우리 부부가 무엇 땜에 자식을 못
낳는지 모르지만 우리 늙은 우리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고 길러 볼란다.” 이모부가 광
주 학생운동 때 퇴학을 맞고 심한 고문을 받아 그 후유증 때문에 자식을 못 낳는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나는 더 반대를 못 했다. 더구나 나는 이모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두 분과 데려다 기르려는 아들까지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었으므로 마음은 언짢았지만
‘마지막 작품’으로 알고 기르시겠다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두 분은 핏덩이 아이를 데려다 사랑으로 길렀다. 얼마나 지극정성인지 초등학
교 때 다른 학부형이나 선생님들이 건환이를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였다. 중학교 때
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 아들이 벌써 대학 2학년생이 되어 양아버지 옆에서 몸부림
치며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볼 때 얼마나 대견스럽고 고마웠던지. 이모부는 아들의 정
성에도 불구하고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양평 양지바른 묘지에 묻혔다.
건환이는 험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대학을 마쳤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한푼 두푼
어머니 몰래 저축한 돈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비까지 세웠다. 묘비명은 ‘아버지
의 작품은 영원히 살아 있음’ 이었다. 거기에다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효성마저 지극
했다. 친아들 이상이었다. 그러던 건환이가 유명한 회사에 무려 이십대 일의 경쟁률
을 뚫고 들어가게 되었다. 발표 하던 날 가족 몇이 모였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어머
니, 이제 일흔 다섯이나 되셨는데 순대 장사 그만 두시고 편히 쉬십시오.” 하며 큰
절을 올렸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편히 쉬려고 너 기른 것 아니여. 돌아가신
네 아버지나 나나 마지막 작품을 남기려는 거여. 영원한 작품 말이여.” 그 옆에 앉아
있던 나는 문득 크리스천으로써 나의 마지막 작품을 무엇으로 남겨야 할 지 자문해보
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낮은 울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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