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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히려 제가 더 행복했어요 |  | |
| 장애인에 그림지도 동양화가 최백옥씨
처녀 시절 그는 국문학도였다.
어린시절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부모의 강권에 못이겨 국문과를
택했으며 시를 외고 글을 썼다.그러나 완전히 붓을 놓기란 쉽지 않았다.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도구였다.그리고 당시는 잘 몰랐지만 그림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뀌게 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을 했다.지금 그는 매주
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그때의 상상이 현실로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동양화가 최백옥씨(62·종로구 인사동)는 아무리 바빠도 목요일엔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는 곳이 있다.서울 상계 6동에 자리잡은 서울시립뇌성마비종합복지관.
올해로 10년째 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고 있는 그는 30여명의 장애인들이
입으로 발가락으로 저마다 난을 치고 붓글씨를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진한
감동을 느낀다.
이들에게 목요일은 희망을 그리는 유일한 날이다.장애인이 무엇을 할까 하는
편견때문에 누구 하나 선뜻 그림을 가르쳐주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을 때 최씨는 선뜻
그들을 맡았다.89년 노원부녀복지관에서 주부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데 뇌성마비
환자들에게 봉사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고 나서였다.
“생각도 안해보고 즉석에서 허락했어요.내가 바로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온 얼굴이 뒤틀어지며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난감했지만 하루 하루 실력이 늘어나는 그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오히려 제가 더 행복했어요”
장애인을 사랑으로 껴안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그림을 인정하고 제자로 삼아
주었던 스승 운보 김기창 화백때문이었다.본인이 장애인이면서 정상인 제자에게
사랑을 가르쳤던,잊을 수 없는 스승이었다.말못하는 스승에게 그림을 배우면서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하리라는
결심을 했다.
그러나 처음 봉사활동을 나갔을 때 그를 대하는 장애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때문인지 거부감이 컸다.보란듯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들을 비롯해 최씨의 옷에 물감이 묻은 붓을 그어대기도 했다.
“그림을 가르치는 것은 둘째 문제였고 그들도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더 급했어요.몸은 작지만 나이는 제법 된 이들이 이제는
마음을 열고 다가와 정말 기쁩니다”
이제는 그에게도 남들이 감탄하는 제자들이 생겼다.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김경아씨는 99년 미의 표상전에 출품했으며 뇌성마비인의 축제 ‘오뚝이 축제’
에서 미술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또한 입으로 그림을 그려 나날이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민지영씨나 임현정씨도 늘 최씨를 기운나게 하는 제자들이다.
때로는 피곤하고 힘이 들때도 있지만 30여명의 장애인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때문에 꾀를 부릴 수가 없다는 최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앞장서고 싶단다.
[국민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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