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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어땠을까?”
임동호/ 35·수원시 인계동)


이달초 일요일 아침, 야근을 마치고 완행통일호 열차를 타고 귀갓길에 올랐다.

일요일이라 좌석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자리에 앉기 위해서 통로를 지나던 중

빈 좌석에 가방이 하나 놓여 있는 것이 보였고, 무심코 그 좌석 뒤편에 앉았다.

다음역에서 아주머니가 꼬마 2명과 가방이 놓여있던 좌석에 앉았다.

열차는 목적지에 다가가고 있었고, 급행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서 5분 정도 정차했다.

그 때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앞좌석 아주머니에게 와서 가방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조금전 어떤 사람이 자기 가방이라면서 가져갔다고 했다.

할머니는 앞 객차에 일행이 있어서 잠시 가방을 자리에 두고 갔다 온 모양이었다.

아주머니는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리곤 할머니를 좌석에 앉게 한뒤

“차비는 있느냐”고 묻고는 돈을 받지 않으려는 할머니께 돈을 쥐어주고 다정하게 앉아서

얘기를 했다.

그 광경을 보던 나는 흐뭇하면서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부끄러움에 사로잡혔다.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이런저런 변명이나 대지 않았을까? 그날 아침 그 아주머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외국인이 많이 방문할 내년 월드컵에서 이런 우리의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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