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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양반 앉으시게”
배병우 67·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


얼마 전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는 승객이 많았고, 젊은 남녀 대학생이
승객의 3분의 2 정도 였다.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자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이 아파왔다.
그러던 중 한 할머니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하도 민망해서 “할머니, 제가 나이가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젊습니다” 하면서 사양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할머니는 짐이 두 개나 됐고, 허리도 굽어있었다.

할머니가 어디서 내리는지 유심히 지켜봤고,
내가 내리는 정류장 하나 앞에서 내리시는 것이었다.
얼른 따라 내렸다. 짐은 무겁지 않았지만, 내가 하나를 들고
할머니 집까지 갖다 드렸다. 할머니는 너무 고맙다며 짐가방에서
고구마 두 개를 내어 손자들 갖다 먹이라고 했다.
자리를 양보하신 할머니의 고운 마음씨 때문에 그랬을 뿐인데….

할머니가 하도 권해서 고구마를 받아들며
“저런 분들만 계시면 얼마나 훈훈한 세상이 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반성을 하였다.

우리 모두가 그 할머니처럼 고운 마음을 지녀 2002년 월드컵 행사 때
세계 각국에서 오는 외국인들에게 고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 정류장 거리를 지루하지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왔다.

-조선일보(8.2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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