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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터 할아버지가 지어준 집 좋아요 |  | |
| 충남 아산 ‘화합의 마을’.20개의 하얀 색 목조건물이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 평원 위의 두루미처럼 평화로
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불과 한달 전만해도 골조만 앙상하던 화합의 마을이 ‘JCWP2001사업’을 통해
완공되면서 입주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졌다．
최근 화합의 마을 14동 102호에 입주한 박재철씨(44·천안성결교회)는 매일 아침 하얀 색 목조주택 창문
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창문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하
던 아내와 세 자녀의 소원을 풀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세돌이 막 지난 늦둥이 세진이가 화장대 위에 놓인 카터 전미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미국
할아버지다”라며 반갑게 소리쳤다.세진이가 카터 전대통령의 알굴을 알아보는 것은 지난달 5∼11일 실시
된 JCWP2001 사업 기간에 그가 세진이 집에서 자원봉사를 했기 때문이다.당시 카터 전대통령은 구석구
석 망치질과 페인트칠을 하고 석고보드를 붙이며 손수 벽지까지 발라 아름답고 커다란 창문이 있는 집을
만들어주었다．
박씨는 ‘미국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잘 따르던 세진이를 번쩍 들어올려 뽀뽀를 해주던 카터 전대통령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의 집념이 생긴다．
사랑의집 입주는 그에게 삶의 전환점이 됐다.지난 93년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한 후 막노동이라도 해
서 살아 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는 천안으로 내려왔다.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것은 가
난과 좌절뿐이었다.아내 정숙영씨(41)와 딸 소희(14) 세희(12)와 함께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했다.가장
으로서 안해본 일이 없었지만 재래식 화장실,창문도 없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지하 셋방이 현주소였
다．
노동으로 근근이 생활하면서 창문도 없는 집으로 옮기게 됐을 때쯤 세진이가 태어났다.어려운 형편이었
기 때문에 많은 걱정과 갈등이 있었지만 늦둥이 세진이로 인해 어두웠던 가정에 그나마 웃음이 찾아왔다.
타향살이 8년이 훌쩍 지날 무렵 사랑의 집 입주를 신청했다.‘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많을텐데’라는 생각
으로 큰 희망을 가지지 않았지만 지난 3월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씨 부부는 4월 기초공사 때부터 봉사에 참여했다.5개월에 걸친 공사 기간에 이웃에 살게 될 사람들과
얼굴을 익혀가며 사는 이야기도 나눴다.이웃의 어려운 형편을 보고 눈물 흘리던 일들,쌓아놓았던 나무더
미에 깔려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던 일,다친 다리를 절뚝거리며 ‘500시간 노력 봉사시간만 끝나면’이라며
이를 악물었던 시간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여러 나라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말 한마디 속시원하게 할 수 없었지만 손짓발짓
으로 마음을 주고받았던 일들,그들의 손길과 흘리는 땀방울 가운데서 박씨는 분명 무언가를 보았다.단순
히 망치질을 하고 페인트칠을 한 것이 아니라 무너졌던 가정을 다시 견고하게 일으켜 세우고 좌절로 쓰러
진 가정에 희망을 준 강한 사랑을 말이다.시간이 아무리 흐른들 잊을 수 있을까.선물로 받은 새 가구들을
옮기고 이미 먼지 하나 없는 바닥을 닦고 또 닦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이제는 무엇을 해도 다 잘될
것같고 좋은 일만 생길 것같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하
다．
입주하면 카터 전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성경책으로 가장 먼저 가정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던 박씨
는 준공검사가 떨어진 날 이사와 감사예배를 드렸다.박씨는 500시간 이상을 직접 노동하면서 열심히 살
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희망없이 살았어요.이제 내 집이 생겼으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리고 더
좋은 날이 있을거란 기대감을 갖게 돼요.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현재 한약재료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화합의 마을이 그 이름처럼 서로 기쁨과 슬픔
을 함께 나누는 마을이 되기를 바란다.언제나 그의 집 창문 너머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국민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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