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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는 즐거워
( 이영성 54·서울 성북구 석관2동 )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나는 지난 여름, 미주지역 동문들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했다.
LA에 머무르는 동안 디즈니랜드를 관광했다. 내부 순환열차에 승차했는데, 그 열차에는
칸칸마다 안내원이 있었고, 한결같이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들이었다. 동승한 제자 말에
따르면 모두 은퇴한 자원 봉사자들이라고 한다.

유난히 무덥던 지난 여름, 안내 할아버지는 정류소마다 오르내리며 어린 아이들을 일일이
안아주거나 손잡아주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문쪽에 앉아있던 한 여자아이가
“할아버지 하루종일 아이들 태우고 내려주기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걱정스런 관심을 보였다.
그 할아버지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면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조금도 힘들지 않단다”라고
말한 뒤 한마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게 관심을 보여줘서 고맙다, 꼬마야.” 이 말에
여자아이는 안심이 된 듯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관광객을 위해 진지하고 즐겁게 자원봉사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좋았거니와, 질문에
정겹게 답해준 이 한마디에서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제 2002년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사였지만,
과연 나 자신은 얼마나 친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답해 주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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