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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만원 변상을 위해 보낸 20년 세월은~ |  | |
| 남편이 낸 산불피해 변상금 130만원을 무려 20년에 걸쳐 갚아 낸 강원도 홍천 용간난 할머니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내일 모레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평생 허리가 휘게 일했으나 여전히 벗지
못한 가난—. 과연 무엇이 이처럼 늙고 고단한 할머니로 하여금 기나긴 세월 산불 변상금 갚기에 매달리
게 했을까.
79년 9월 용 할머니의 남편 이두봉씨는 친구와 함께 약초를 캐러 갔다가 담뱃불을 잘못 버려 국유림
일부를 태웠다. 홍천 국유림관리소는 이씨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산불피해 변상금 130만원을 분할
상환하게 했다. 그러나 이씨는 얼마 안 있어 중풍을 앓다 숨졌고, “내 대신 당신이라도 꼭 갚아 달라 ”는
유언을 남겼다. 그 후 용 할머니는 3남1녀의 자녀를 홀로 키우며 매년 서너 차례씩 3만~10만원의 변상금
을 꼬박꼬박 납부했다. 85년부터는 농사를 짓기 힘들어 일당 7000원짜리 허드렛일까지 하면서도 마침내
지난 9월 마지막 변상금 10만원을 갖다 냈다.
돈을 다 갚고 난 용 할머니의 일성은 “빚이 있다는 생각에 20년 동안 가슴 한 구석이 늘 답답했는데 이제
후련하다 ”였다. “남편도 저승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것 ”이라는 말도 했다. 용 할머니의 ‘20년 빚갚기 ’의
원동력은 자신들의 실수에 대한 배상,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빚을 지고는 편히 살지 못하는 마음가짐, 얼
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갖고 있던 소박한 ‘양심 ’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용 할머니의 후련함 뒤편에는 ‘불과 130만원 ’을 갚기 위해 보내야 했던 20년이라는 세월의 스산함
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수백억원대의 비리가 아니면 변변한 뉴스 축에도 못 끼는 시
대, 한 병에 1000만원짜리 수입 양주가 인기리에 팔려나가고 부모 잘 만난 10~20대가 하룻밤 유흥비로
수백만원을 가볍게 내던지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모습이 어쩔 수 없이 용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 위에 오
버랩된다.
북부지방산림관리청은 15일 전국의 산림청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130만원을 용 할머니에게 성금
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용 할머니의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의 뭔가 모를 허전함을 달래준 흐뭇한 소식이
다.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보여준 준법정신과 책임의식이 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
는 다소 규격화된 찬사에 “조그만 칼국수 가게를 내려고 했는데 이 성금을 가게 내는 데 보태겠다”며 사
심없이 기뻐한 용 할머니의 솔직한 답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용 할머니가 사는 ‘희망리 ’라는 마을 이름
처럼 그의 앞날에 희망이 깃들기를 빈다.
[조선일보 사설 11.1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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