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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나가니 고생 |  | |
|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척도와 기준은 어디에 있는걸까?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하는 일이
다 잘되고 자식들 또한 부모의 바람대로 성공하는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하지만 ˝인생은 고해(苦海)˝라 했듯이
우리의 삶이란 늘 바쁘고 고달픈 것은 아닌지. 얼마 전 20년을 함께 한
아내와 별것도 아닌 문제로 티격태격 다투었는데 급기야 ˝사네 못 사네˝
하는 말까지 오갔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나는 결국 집을 나와서
여관에서 잠을 자고 식당에서 밥을 사먹기에 이르렀다.
그처럼 가출을 해보니 단란한 가정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이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자존심을 굽히고 내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내에게 항복하는 것이고 그것은 남자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
해석을 애써 갖다 붙이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틀째가 되자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몸까지 아파오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이처럼 여관에서 앓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이런 쓸데없는 생각에 미치자 버럭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침내 막역한 선배와 회사동료들까지
나서서 ˝순간의 감정으로 소중한 가정을 정말로 깰 것이냐?
이 다음에 늙으면 ´평생 동지는 부부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말로
아내를 집중적으로 회유했다. 결국 아내는 사흘째 되던 날 회사로 찾아왔고
난 못이기는 체하면서 귀가했다. 어쨌든 가출 끝에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바탕
열병을 끙끙 앓았는데 그래도 이 못난 나를 남편이랍시고 물수건을 머리에
얹어주고 약을 사다주는가 하면 미음까지도 만들어주면서 아내는
˝집을 나가보니까 좋아요?˝ 하며 날 약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내의 빈정거림에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집을 나가보니까 지옥이 따로 없더라구!˝
˝밥이 없으면 얻어먹고 숟가락이 없으면 손으로 먹고 집이 없으면
정자나무 밑에서 자도 부부간에 정만 있으면 산다˝고 했듯이 앞으로는
절대로 아내와 싸우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굳혔다.
-리더스다이제스트/ 홍경석, 대전시 용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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