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  | |
| 인간은 개의 삶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애완동물을 통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수확은 감동적인 교감에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동물이 개다. 개는 2만년 동안이나 인간과 같이 생활하고 벗이 되어주었고 조력자로 남았으며 우리는 그들에게서 위안을 얻었다. 때로는 사람이 개만도 못하다는 교훈을 얻었고 누구나 개에 관한 추억담 한 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개들에게도 그럴까. 그들도 인간과 관계 맺는 것을 그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개들끼리만 있을 때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지금까지 개들의 삶은 지나치게 의인화되어 왔거나 인간의 가치와 경험으로만 평가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인류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저자 엘리자베스 마샬 토마스는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에서 30여 년간 자신이 길렀거나 잠시 맡았던 개들 11마리를 수만 시간을 들여 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한다. 그들은 집을 중심으로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고 보호되고 있긴 하지만 결코 개 특유의 본성을 잃지는 않는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인간과 살기 편하게 그들을 가르치고 즐거움을 위해 재롱 따위를 훈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주(州)의 법까지 어겨가며 풀어놓는다. 그녀와 개들과의 관계는 한 마디로 길들인다는 것이 필요치 않고 서로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아는 경우다.
그녀가 처음 연구를 하는 개는 시베리안 허스키인 수캐 미샤였다. 미샤는 거의 매 저녁마다 집밖을 나갔다가 다시 돌다오곤 했다. 그녀는 2년에 걸쳐 일주일에 이삼일 밤을 쫓아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4살 짜리 어린 수컷이늑대보다도 넓은 활동 범위 안에서 완벽하게 자기 길을 찾아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과 개도둑의 위험도 피할 수 있었던 까닭을 끝내 모른다. 결국 그녀는 미샤의 여행이 먹이와 사냥, 교미 등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여러 동네의 개를 만나고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결론만을 얻게 된다. 개에게 관심의 대상은 오로지 개였을 뿐이다.
인간에게만 있다고 자부해온 지고지순한 사랑을 몸소 보여주는 미샤의 연인인 허스키 마리아, 마리아의 새끼로 코요테를 만나 짝을 짓고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지만 용케 집으로 찾아드는 스웨시, 서열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해 낳은 새끼 모두를 고스란히 잃고도 침착했던 어린 딩고인 비바 등등. 쉽게는 저마다 다양한 개성과 굴곡이 있는 삶을 살았던 개들에게서 신기하고 별스럽고 재미난 경험을 주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것은 우리의 기분 좋은 착각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그저 인간들처럼 생명을 유지하고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새삼 놀라워하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개에게도 도덕이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개에게도 도덕이 있다. 어느 날 마리아가 잉꼬와 생쥐가 들어 있는 우리를 공격했다. 그것을 본 퍼그인 빙고(빙고는 마리아를 열렬히 짝사랑했다)가 마리아의 옆구리를 박아 이를 저지했다. 자신 주인 소유의 것을 보호하거나 흥분한 마리아를 제지시키려는 목적도 가늠해볼 수 있겠지만, 빙고의 행동은 약한 짐승을 보호하려는 도덕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저자와 개들은 분리된다. 켄터기 주로 이사를 한 그들은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로 넓은 야외 우리에서 자라게 된다.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눈이 내린 맨 땅에서 구덩이를 파고 잤으며 마치 ‘늑대처럼’ 살기를 원했다. 그 중에 가장 놀라운 것이 인간이 마련해준 쾌적한 보금자리를 마다하고 몰래 굴을 파고 거기서 머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개들에게 이제 인간의 존재는 점차 지워지고, 그들과 가졌던 유대관계 마저 무의미해져 버린 것이다. 친밀하기는 하지만 복종과는 상관없는 상태에서 개들은 이전의 주인과 함께 온 낯선 방문자와 심지어 도둑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는 애정과 관심의 끊임없는 갈구 때문에 개를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개 한 마리 기를라치면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자질구레한 곳까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게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은 오히려 인간에게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최소한의 것들만 가르치고 가장 적게 억압하라. 그러면 보다 창의적이고 똑똑한 개를 곁에 둘 수 있다. 그들이 어떤 존재인가를 인식시켜라. 인간의 행동양식을 흉내내는 개들이 귀엽다고, 신기하다고 박수를 보내고 당장 자기 개에게 그것을 훈련하는 모습은 그러니까 일종의 굴종을 요구하는 상당히 언짢은 일인 셈이다. 어느 날 당신의 개가 당신의 발치에 신선하고 굵직한 뼈다귀를 물어다 주고 자랑스럽게 올려다보고 있다. 만약 당신이 기쁜 모습으로 그 뼈다귀를 할짝이지 않을 거라면 그들에게도 뒷다리로 서서 50m 주파하기 같은 일은 시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서로를 원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개에게 인간은 개의 모습을 한 뭔가의 대체물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어울리며 사는 개들은 인간과 어울려 사는 법만을 아는 몇몇 히스테리컬한 개들과는 달리 차분하고 현실적이며,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상대에게 알리거나 자신들의 관찰을 이해시키려 안달하지 않는다. 서로 어울려 사는 개들은 자신들이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P.197)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by http://www.libro.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