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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번째 생일 선물 |  | |
| 서른을 맞이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될 일
서른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사춘기를 맞는다. 사람들이 시간을 나누면서 생긴 별 의미없는 매듭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 그것이 연말이나 세기말처럼 덫으로 변한 것인지, 인간의 생체 리듬이 서른에 이르면 아주 불안정하게 흔들리도록 되어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술을 먹고 ´서른 즈음에´를 청승맞게 부르는 것으로 비교적 얌전하게 서른을 넘기는 사람에서부터 산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보며 ´여길 확 뛰어내려 말어´를 고민하는 듯한 극단적으로 위태로운 사람에 이르기까지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이하는 사람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서른 살이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지금이 내 황금기야. 지금이 나의 전성기라고, 가장 좋은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직 밤을 샐 수 있을 만큼 젊으면서도 신용카드를 가질 만큼은 나이가 든 것이다. 십대와 이십대의 그 모든 불확실성은 마침내 끝이 났다. 드디어 성가신 것들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젊음의 활력은 여전히 샘솟고 있다.˝ (p.12)
「서른 번째 생일 선물」의 해리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애써 서른의 미덕을 주지시키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불길한 징후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바로 ´서른의 흔들림´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리가 생각하는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해서는 안 될 몇 가지 일이 있다. 분수에 넘치는 사치스런 물건을 사들이는 일, 직장 동료와 하룻밤의 정사를 벌이는 일, 아내에게 버림받고 아이가 딸린 홀아비가 되는 일, 직장을 잃는 일. 불행하게도 해리는 이 모든 금기를 다 넘어보는 호기를 부린다. 빨간 스포츠카를 사고, 연출하는 생방송 토크쇼에 방송사고가 나던 날 직장 동료와 하룻밤을 보내고, 이를 알게된 아내가 집을 나가고, 직장마저 잃는다.
해리는 ˝당신은 젊음을 되찾는 문제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 당신은 한번도 젊음을 잃은 적이 없으니까.˝라는 냉소를 받아 마땅하다. 그는 사랑의 지속보다는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레임을 그리워하고, 아버지와 갈등하면서도 남자다운 아버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서른이 되기까지 쌓아온 것들은 외면하고 청춘이 가는 것에만 안달한다. 서른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내와의 재결합이나 아이를 기르는 것, 그리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 등에 좌충우돌 고전을 면치 못한다.
소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해리가 차츰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을 그린다. 부모의 일이나 이혼 등에 이리저리 치여 상처받는 요즘의 아이들에 대해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아들의 양육을 위해서 요리를 배우고 직장의 일을 조정해 나간다. 그리고 양육권 분쟁을 포기하고 그렇게 힘들게 기른 사랑하는 아들을 아내에게 보내는 성숙한 면모를 보인다. 3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혼, 육아의 문제, 세대간의 갈등, 남녀관계, 가족관계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이 무엇보다 한 남자의 뒤늦은 성장 소설로 읽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간은 모순된 존재이다. 언제든지 안정과 자유를 동시에 꿈꾼다. 이 모순된 욕망이 서른이라는 얇은 지반을 뚫고 어떤 이에게는 턱 정도의 높이로 어떤 이에게는 에베레스트산 정로의 높이로 융기한다. 그 때 해서는 안될 일이 금기를 정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서른을 맞이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은 머무르고 주저앉아 그저 육체적으로만 나이들어가는 스스로를 방기하는 것이다. (윤정윤 phyllis@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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