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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령들의 탄생 |  | |
| 언어들의 기괴한 조합에 진저리를 치며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도무지 수수께끼를 풀듯이 작가의 글자들을 해독해야 하는 독서는 나에게는 너무나 피곤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일단 나를 이렇게 화나고 힘들게 했으니 나도 이 책을 일단 끝까지 읽어 주리라.´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쓴 작가나, 이 책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유럽과 그 외 지식인들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복인 듯 싶었다. 책 몇 장을 읽고 ´이게 뭐야!´라며 책을 덮어 버리는 것과 끝까지 다 읽어 주었으나 도무지 감정의 동요나 동화, 조그마한 흔들림조차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내가 이해하는 줄거리는 이렇다. 능력있는 남편(여기서 남자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었다. 국경 지대에서. 국경 지대란 무엇인가. 평안의 시대에도 불안성의 상징인데. 그런 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다니. 여기서부터 너무나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의 냄새가 난다.)의 벌이로 평안히 살던 한 여자(나는 도무지 이상할 수 밖에 없다. 단지 남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 여자의 사고의 흐름과 행동에는 병적인 면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과대망상적인 데다가 다소 신경질적이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남이었다가 갑자기 동류 의식을 느끼기도 하고.)가 남편의 실종에 의식이 허물어져 가면서 그녀의 머리 속에, 그리고 눈 속에 유령이 탄생(이 유령은 그녀의 침대, 벽, 심지어 전등갓으로도 나타난다. 바닷가에서 죽었던 상어의 모습이기도 하고, 문을 열고 갑자기 나타난 남편의 모습이기도 하다.
제목이 그래서인지, 아니면 내용 때문에 제목이 그러해 진 것인지, 매 장마다 다양한 모습의 유령이 그녀를 옥죄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다.)해 너무나도 단단히 실존의 모습을 갖춰가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와중에 남편과 나는 별개다라는 사실을 각성한다.
이 소설의 내용에 내가 느끼는 생각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전혀 새로울 것 없이 도식적이고 통상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 소설에 별 2 개를 준 것은 그럼에도 그 묘사가 너무나 세밀하고 몽환적이며 생생하다는 것 때문이다.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것이 눈 앞에 선연히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어떻게 비꼬아 말하여 해도 대단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글에 대해 무식하기에 이렇게 대담하게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 대단한 재능을 머릿속에서 난잡하게 떠오르는 형이상학 놀이에 쓰지 말고, 좀더 보편적인 사람들의 소재를 특별하게 쓰는 데 쓰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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