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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 이야기 |  | |
| 어른이 된다는 것,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그건 꿈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실이면서 꿈이었던 세계가 사라지고 그 사이에 높은 경계의 벽이 세워진다는 뜻이다. 아이가 자라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제 외로워진다는 뜻이다. 모든 성장이야기가 애틋하면서도 씁쓸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 개봉에 발맞춰 출간된 시인 권대웅의 「마리 이야기」는 꿈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에 있던 한 소년이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을 서정적인 삽화와 함께 담은 책이다.
소년 ‘나무’의 싯점에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마리 이야기」의 화자는 꿈의 공간에 사는 소녀 마리다. 나무는 아버지를 풍랑으로 잃은 뒤 할머니와 함께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소년이다. 나무에게는 바다를 놀이터 삼아 함께 지내던 친구 준호가 있었는데, 이 준호마저도 서울로 전학가게 되고 할머니도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무는 외톨이가 된다. 나무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모두가 나를 떠나 버려. 아버지도 엄마도 준호도 할머니도…….” 그럴 때쯤 현실의 소년 나무가 꿈의 소녀 마리를 만나게 된다.
아트디렉터인 이성강 씨의 영화 스틸과 권대웅 씨가 새롭게 구성한 이야기를 통해 「마리 이야기」는 책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마리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과는 또다른 각도에서 나무의 성장이야기에 접근한다. 바로 현실을 지탱해주는 지지대로서의 꿈을 말한다. 나무가 꾸는 꿈속의 마리는 단순한 공상을 전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나무를 더욱 더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런 주제를 권대웅 씨는 시적인 문체에 담았다. 예컨대 “흐르거나 스쳐 지나가거나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느끼기에 그들은 너무 바빠. 바람에 흩어지거나 햇빛에 마르거나 손길에 닿아 스러지는 것들은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아. 그들은 그냥 단단하게 굳어 있는 것만을 보는 거야. 그게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이라는 나무의 말이나 “혼자라는 것을 견디면서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해”, “어른이기 때문에 더 외로운 거야, 어른이 될수록……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고 아무 데서나 울 수 없고…” 같은 마리의 말은 이 성장이야기가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잊어간다는 뜻이다. 어젯밤에 꾼 꿈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자신이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을 망각한다. 「마리 이야기」는 어른이 되기 전에 우리가 꾸었던 꿈이 우리를 어떻게 현실에 발 디디고 살아가게 만들었는지 기억나게 한다. 「마리 이야기」는 그 때의 꿈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번쯤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김연수 larvatus@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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