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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  | |
| 타락한 세계로부터의 수직적인 초월
돈키호테는 방랑의 기사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방랑의 기사를 직접적으로 꿈꾸지는 않는다. 방랑의 기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일 뿐이니까. 그래서 돈키호테에게는 욕망을 이뤄줄 중개자가 필요했고 전설의 기사 아마디스를 모방한다. 아마디스를 모방하는 것이 곧 전설적인 방랑의 기사가 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런 구도는 종교에서도 발견된다. 어느 기독교인이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어 구원받기를 원한다면 그는 곧 예수라는 중개자를 모방하면 된다. 르네 지라르는 이러한 구도를 ‘삼각형의 욕망’이라 불렀다.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국내에 처음 완역되는 것이지만 첫 번째 장에 실린 ‘삼각형의 욕망’이론은 이미 오래 전 국내에 알려진 이론이다. 지라르는 「돈키호테」를 비롯, 스탕달의 「적과 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등의 문학작품을 정교하게 분석한 후 그 틀 위에서 현대인의 욕망구조를 분석했다.
삼각형의 구도에서 알 수 있듯 주체는 중개자를 모방하면서 대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이 환상이 심화되면 중개자와 대상의 구별자체가 모호해지며 이른바 ‘낭만적 거짓’이 주체를 지배하고 만다. 주체의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주체는 더욱 커다란 괴로움을 겪게 된다. 이 ‘낭만적 거짓’의 정체를 알아내고 고통을 겪으며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 바로 ‘소설적 진실’인 것이다.
지라르가 분석한 삼각형 구도는 욕망마저 간접화된 현대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번역자 김치수씨는 해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욕망마저 이처럼 간접화하고 사물화해버린 이 현실에서, 이에 관한 올바른 인식에 도달하는 길은 문학작품을 새로이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우리의 노력 속에서 가능하다”며 지라르 번역의 의의를 밝혔다.
‘소설적 진실’이란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지라르는 소설의 초월적 힘을 믿었다. 지라르는 소설이란 문제적 주인공을 통하여 타락한 세계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골드만과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소설가가 소설을 씀으로써 타락한 세계로부터 수직적인 초월을 하여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종교적인 그의 결말은 다른 학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의 ‘삼각틀’만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도구가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소설의 신화가 점점 희박해지는 요즘, 지라르의 이론이 소설의 새로운 아우라를 만들어 줄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중혁 vonnegut@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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