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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 연습 |  | |
| 그녀, 더듬거리며 말을 연습하다
1967년 프랑스 투르에서 태어난 로랑 모비니에는 1997년 실업자가 된 뒤 소설을 쓰기 시작해 첫 소설 「그들로부터 떨어져서」로 페네옹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신인이다. 두 번째 작품 「이별 연습」은 자신을 떠나려고만 했던 남편에 대한 회상과 사고를 당해 다시 돌아와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 곁에 있을 수밖에 없는 현재의 남편에 대해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아내)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이별 연습」은 불완전하고 해체된 문장과 세밀한 묘사와 잘 짜여진 언어로 독자의 의식을 붙들어놓는 소설이라고 격찬 받았다. 그런데 여성의 내면적 독백을 훌륭하게 보여준 이 작가는 놀랍게도 남자다! 말을 더듬거리는 것, 불완전하고 해체된 문장. 이런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것을 써왔던 남자들은 대체로 이렇게 더듬지 않았던가.
“그녀는 내 위로 올라간다. 몸을 떨고, 경련....온몸에 전율....그녀는 허겁지겁 나를 들이삼킨다....쿤달리니, 인디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녀의 힘줄, 신경줄을 느낄 수 있다. 색의 역학을 지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양자 색역학, 오늘의 물리학, 내일의 물리학....토대의 탄력성, 증발하는 재료, 그만큼 질긴....부동성의 재난으로!”「여자들」중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 예전의 얼굴, 자기 것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그의 얼굴, 피부색이 짙어져가며 창백함이 사라지고 생기 있는 색깔을 되찾는 모습, 증오로 새까맣던 예전의 검은빛이 아니라 매일 쟁취한 것을 축하하듯 광채를 발하며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를 보는 즐거움. ”(P. 70)
이 두 개의 더듬거림은 모든 측면에서 다른 더듬거림이다. 확실히 알기 쉬운 구분은 화자의 성별이다. 하나는 남자 다른 하나는 여자. 그런데 정말 「이별 연습」은 여성의 언어일까. 그러나 이 소설에 담긴 이런 혼란스러움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으리라.
“육체 속의 고통, 이 고통, 고통에 대한 두려움, 회복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 두려움, 툭 건드리면 두 쪽이 나 불길에 던져지는 나무 조각처럼 가루로 부서질 것같이 뼈가 마디마다 허물어지는 듯하고, 한번씩 움직일 때마다 얻어맞는 것 같고 살갗을 날카로운 쇳조각처럼 할퀴는 시트가 천근만근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이 고통스런 육체를 오랫동안 침대에 누인 채 살아야만 한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산산이 부서진 자동차 유리가 뺨과 입술과 눈꺼풀을 찢는 꿈을 꾸는 그에 비한다면 그가 조그맣게라도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싶어 안달하는 내 꼴이 한심스러울 것이다. ”(P. 30)
모비니에는 이 긴 문장을 호흡을 꿰매어 가듯 더듬더듬 말하며 이어가는, 바느질을 하는 방식으로 써간다. 철저하게 일인칭 시점에서 복합간접화법과 독백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말이란 원래 독백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연인에게 사랑을 첫 고백하는 사람이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할 말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것과 정반대로, 소설 속 그녀는 연인에게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할 말을 준비한다. 그러나 독백이 자기 기만적이고 자의식에 함몰되어 가는 밑도 없는 허망함의 나열인데 반해, 소설 속 그녀의 언어는 점점 더 자신 앞에 놓인 사태에 근접해간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말이 끝나는 부분에서 사랑은 끝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어는 그 속에 든 의미를 알기 위해서 존재하고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났는가를 알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그녀는 깨닫는다.
「이별 연습」속의 내레이션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하는 것처럼 진행된다. 그녀의 말 속에 들어있을 지도 모를 메시지는 중요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녀가 애초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연인에게 그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끝난다. 결국 메시지는 말속에 없었다. 사랑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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