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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1 |  | |
| 궁둥이를 사랑한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요사의 소설은 현실과 환상, 픽션과 논픽션, 내면 심리와 역사를 넘나드는 화려한 기법을 자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궁둥이를 사랑하는 작가이다. 삶의 충만함과 생의 약동성을 에로티시즘으로부터 구하는 요사는 궁둥이를 육체의 낙원이자 기쁨의 샘이라고 찬양해마지 않는다. 전작 「궁둥이」)가 40번째 생일을 맞은 새엄마의 궁둥이를 사랑하는 소년의 이야기인 것처럼,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는 14살 연상의 친척 아주머니를 사랑하는 18세 청년의 이야기다.
“말하고, 또 말하거늘 그것은 궁둥이다. 둔부도, 엉덩이도, 히프도, 뒷부분도 아닌 궁둥이다. 왜냐하면 그녀 위에 올라탈 때 내게 전해지는 감동이 온순하면서도 예민하고, 기골이 장대하면서도 부드러운 암말 위에 있을 때의 짜릿함과 똑같으니 말이다.”(「궁둥이」P.43)
이것은 리디아의 왕 깐다올레스가 왕비 루끄레시아의 궁둥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부분이다. 깐다올레스는 사회정의를 위해 실천한 일보다도 전쟁터에서 세운 어떤 공로보다도 루끄레시아의 궁둥이에 썼던 자기 음경의 역사만 못하다고 선언한다. 소설은 루끄레시아의 궁둥이가 담겨진 박물관의 그림으로부터 새엄마의 궁둥이를 향한 소년의 내면심리를 절묘하게 끌어내고 있다. 그림에 대한 해설을 소설 속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또한 새로운 소설적 기법을 선보이는데, 소설 속의 소설인 액자소설 기법이 그것이다. 주인공 마리오가 일하는 방송국의 작가 카마초가 쓴 드라마가 소설 속에 삽입되면서 이야기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 기법들은 모두 요사의 소설적 특징을 보여준다. 사상과 이념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재미로서의 소설을 추구하는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치솟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리디아의 왕 깐다올레스의 궁둥이에 대한 선언은 요사의 소설에 대한 선언인 셈이다. 소설의 재미를 무게로 표현하는 것도 그의 악취미이다.
“자네 같으면 칠십 킬로나 되는 원고 뭉치를 읽어볼 수 있겠나?”(「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1권 p.10)
훌리아는 결코 순진하고 청순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남자에 대해서라면 산전수전을 다 겪고 돈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로부터 막 구애를 받는 중이었다. 마리오가 처음부터 훌리아에게 사랑의 찬가를 불러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리오는 사랑의 불신에 대해서 집요하기 훌리아에게 말했다. 훌리아와 그녀의 구혼자를 짓궂게 골려주고픈 질투의 감정이 발동했던 것이다. 사랑이 터무니없고 한낱 문학 속에는 존재하는 가짜 감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서고금의 명언들을 속삭이며 점점 왜곡된 쾌락에 빠져든다. 마치 돈쥬앙이나 카사노바인양 호색한의 흉내를 내는 마리오의 집요한 감언이설에 훌리아는 함락 당하고 만다. 훌리아와 마리오는 자신들의 터무니없는 사랑 놀음이 라디오 연속극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카마초의 드라마는 이렇게 둘의 사랑 놀음과 상호 교직된다. 동성애자, 강간범, 롤리타 등등 일화형식의 이야기 드라마를 들으며 마리오는 사랑의 성공 전략을 짠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숨어 다니기에 바쁘며 가는 곳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화제를 뿌리고 사고를 친다. ‘이 사이코 드라마는 어떻게 끝이 날까? 이 우화는 어떻게 끝날까?’라고 항상 결말을 짓지 않은 채 마무리되는 카마초의 드라마처럼 둘의 사랑은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애송이, 우스개 소리로 욕망을 감추어보려는 익살꾼인 마리오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자전적 인물이다. 실제 자신의 결혼이야기를 해학과 익살로 한바탕 진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다른 작가들이 꺼리게 마련인 자신의 삶을 소설에 끌어들여 비틀어대는 대담하고 엉뚱한 이야기꾼이다. 재미로서의 소설을 추구하는 작가이지만, 1990년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까지 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일본인 후세에게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지만. 중남미의 낙후된 정치 경제적 현실 앞에서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심경을 담은 소설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맹랑한 애송이가 등장하여 친척 아주머니나 새엄마의 궁둥이를 사랑한다는, 도덕적으로 파렴치한 것으로 매도당할 수 있는 소설을 써낸 작가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정치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진지하게 접근했겠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동일하지 않았을까. 정치란 별 게 아니고 생을 약진시키는 에로티시즘의 폭죽을 터트리는 것이라는 입장 말이다.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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