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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옷의 여인 |  | |
| 젊음예찬은 이제 그만! 늙음의 아름다움으로 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당당함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을 말과 통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솔랑주라는 50대의 여인은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세련되고 활기차다. 아무도 부러워할 것 없는 사회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고 젊은 여자 못지않게 날씬하고 예쁘고 게다가 그녀를 무진장 예뻐라, 하는 애인도 있다. 그러니까, 굳이 누군가가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다면 솔랑주는 자신이 먹은 세월의 더께를 속여서 말한다 하더라고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겉모습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솔랑주에게 느닷없는 일이 벌어진다. 얼핏 이해하기 힘든 짧은 스침! 그것이 솔랑주의 인생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활기차고 바쁜 걸음으로 출근을 서두르던 솔랑주는 거리에서 푸른옷의 노부인을 만나게 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노부인의 모습이 유독 솔랑주의 눈에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나이듦의 미학! 바로 그것을 그 노부인의 모습에서 본 것이다.
젊음을 예찬하는 것은 쉽다. 예찬할 것이 많으니까. 예찬 받아야 마땅할 정도로 짧은 것이 젊음이니까. 하지만, 늙음을 예찬하기란 쉽지 않다. 예찬할 것이 별로 없어 보이니까. 지겹도록 예찬해도 될 만큼 나이듦의 과정은 길게 이어지니까. 솔랑주는 어려워 보이는 나이듦의 예찬에 눈이 뜨이고 자신이 그 늙음속으로 성큼 다가선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늙음을 체험하고자 한다.
사실, 50이면 늙은 나이가 아니다. 그래서 솔랑주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이른 나이에 늙음으로 가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가 겪어야 했던 중년의 세월을 그녀 특유의 젊음으로 일관했기에 이제는 젊음에서 중년을 빼버리고 바로 늙음으로 가도 억울할 것이 없었다. 아니, 억울한 것이 다 무엇인가! 솔랑주는 늙고 싶어 죽겠다!
모두들 뛰다시피 빠르게 걷고 있는 거리에서 품위있게 천천히 음미하듯 걸어가고 있는 푸른 옷의 노부인을 보게 된 이후로 솔랑주가 소원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제대로 된 늙음을 음미하는 것이다. 푸른 옷의 여인을 만난 그 자리에서, 솔랑주는 모든 것을 버린다. 바쁜 걸음을 버리고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버리고 화장대를 가득 채웠던 기능성 화장품을 버리고 온몸을 꽉 죄었던 불편했던 옷을 버리고 젊은 애인까지 버린다. 노인의 삶을 선택한 것이었다. 자연스러운 노인이 되기로 한 것이었다. 들어가는 나이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모든 것이 느릿해지는 솔랑주. 나이 들어감의 미학은 바로 느림이었고 편안함이었고 관조였고 받아들임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을 거스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일들을 접고 이제는 나이와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솔랑주! 진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은 젊음을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그 멋에 취해 보는 것이 아닐까?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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