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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별’....... |  | |
| [이승은]
감사하게도 내게는 낳아주신 어머니와 길러주신 어머니, 두 분이 계신다. 한 번도 어머니라고 불러본 적
은 없지만, 또 한 분의 어머니로 내 마음 속에 묵묵히 자리잡은 그 분은 바로 우리 막내 이모다.
외할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친정 살림까지 고스란히 도맡아야 했던 어머니는 젊은 새댁 시절부터 눈 코
뜰 새 없이 일에 묻혀 지내셨다. 막내 이모는 여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런 엄마를 도왔다. 내 막내 동생
이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15년 동안 우리 5남매를 엄마 손이 덜 가는 아이들로 보이지 않도록 정성껏 돌
봤다.
첫 조카였던 나에 대한 이모의 사랑은 각별했다. 초등학교를 한 해 일찍 입학을 시키고는 한 학년이 다 가
도록 등하교를 함께 해 선생님들부터 수위 아저씨까지 이모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심술을 부리
고 도시락을 놓고 간 날이면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품에 안고 복도에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반갑고
미안한 속마음과 달리 겉으론 뾰로통해 이모를 속상하게 한 적이 많았다.
늘 말 없이 일만 하던 엄마와는 달리 이모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동백아가씨’ ‘섬마을선생님’ ‘밀짚
모자 아가씨’를 이미자나 조애희 보다 더 잘 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행가보다 우리에게 ‘반달’이며
‘옹달샘’ ‘구슬비’ ‘고드름’ ‘은하수’ ‘탄일종’ ‘엄마야 누나야’ 같은 고운 노래들을 가르쳐주며 함께 부르곤
했다.
여름 밤이면 마당 평상에서 이모 팔을 동생과 하나씩 베고 누워 노래를 부르다 잠이 들곤 했다. ‘날 저무
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 반짝 정답게 비치더니, 웬 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만 둘이서 눈
물 흘리네~’ 같은 노래를 부를 때면 공연히 슬퍼지던 기억이 난다. 겨울이면 이모는 큰 가마솥이 걸린 부
엌에서 우리들을 목욕시키곤 했다. 등에 따뜻한 물을 부어주며 흥얼거리던 이모의 노래가 뽀얀 수증기처
럼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아쉽게도 나는 자라면서 어머니가 노래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어머니는 딱 한번, 막내 동생 장가가
던 날 식구끼리 노래방 갔을 때 딸들 성화에 떠밀려 ‘바위고개’를 부른 적이 있다. 그날 반주에 묻혀 잘 들
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소녀처럼 수줍게 노래하던 어머니을 보면서 나는 콧날이 시큰했다. 당신의 그런 모
습 자체가 바로 ‘어머니의 노래’가 아니었을까.
‘내 마음에 한 노래 있어, 나 즐겁게 늘 부르네’라는 찬송가 가사처럼 지금 내 마음 속에 아름다운 노래가
있는 것은 평생 노래 한 소절 마음껏 부르지 못하도록 고단했던 어머니의 지난날과, 오랜 세월 우리 5남
매를 친자식처럼 품고 다독여준 막내 이모의 따뜻한 사랑 덕분이리라.
(조선일보/어머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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