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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여덟 살 난 아들 파스칼이 갓난아기일 적, 말을 시작해 한 첫 단어가 엄마도 아빠도 아닌 바로 ˝공˝이었

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의 꿈은 요코하마구장에서 월드컵 결승전을 보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6살 때

부터 차범근축구교실에 다니며 축구를 배웠는데, 작년 여름 이곳 도쿄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월드컵경기

를 경기장에서 직접 보고 싶어하는 아들을 위해 표를 구해 보려 했지만 전화로도 인터넷으로도 불가능했

다. 아이가 ˝친구들 중에는 아빠와 경기장에 가본 애들도 있는데…˝ 하며 부러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지

만 업무가 많은 남편은 함께 TV는커녕 늦게 퇴근해 심야 하이라이트를 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던 중 우

연히 남편 회사의 상사 내외를 뵐 기회가 있었는데, 아들의 불가능한 꿈에 대해 말을 했다. 아들과 나는

기회가 닿는 대로 경기장은 아니지만 도쿄 시내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곳이 있으면 빨간 티셔츠를 입고

가 열심히 응원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아이가 마지막 날까지도 그 꿈을 포기하

지 않길래 때로는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어렵게 설명해주었다. 결

승 하루 전날 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결승전 관람 티켓 2장이 들려 있었다. 뛸 듯이 기뻐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남편이 하는 말인즉 여덟 살 난 아이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주고 싶다며 상사 내외분께

서 마련해 두었던 결승전 티켓 2장을 선물해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은 4년을 월드컵 기다리는 재

미로 산다고 할 정도로 열렬한 축구팬이다. 꿈은 정말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해준 두 분은 이러한 선행

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셨지만,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해서 결승전에 갈 수 있었는지 앞으

로도 계속 얘기할 것이고 두 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엄화숙, 일본 도쿄 /리더스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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