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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아나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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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 구두매장에 신발을 바꾸러 갔습니다.
그날 역시도 전철 안에서의 무료한 시간이 싫어 저는 결혼예비학교에서
추천해준 ‘아름다운 애정생활’이란 책을 읽고 있었지요. 좀 민망한 책 제목탓에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어젠 급히 내리다보니 책을 옆에 낀 채로 매장엘 가게 되
었습니다. 가게에서 구두를 고르고 계산하려는데, 매장직원이 오더니 제 옆구리
에 있는 책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그 책 재미있어요?”
“물론이죠. 그런데 제목이 좀 그렇지요? ”
“그 책 저 주시면 안 돼요?”
얼핏 총각 같아 보여 농담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이거 미성년자는 보면 안 되는 책인데요.”
“저 결혼했어요. 애가 둘인걸요.”
밝게 웃는 얼굴이 맘에 들어 옆구리에 끼고 있던 그 책을 주었더니, 정말 주는
거냐며 나중에 오면 굽을 서비스로 갈아 주겠다고 명함을 내밀더군요.
책을 드리고 매장을 나오면서 짧게나마 기도했습니다. 그 책을 통해 저 직원이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갖게 해달라구요.
혹시 아나요?
그 한 권의 책을 통해 이혼 직전까지 간 부부가 회복될런지요.
낯선 사람에게 책을 준 것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처음으로 그런 엽기적인(?) 일을 한 것은 몇 달 전 전철 안이었어요.
결혼과 관련한 책을 읽고 있을 때였는데, 옆에 앉아 있던 아가씨의 눈이 계속
제가 보고 있는 페이지를 따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분 쪽으로 책을
돌려 같이 읽는데 그 분이 조용히 제게 묻더군요.
“죄송한데요. 혹시 이 책 일반 서점에서 파는 건가요?”
“서점의 기독교 코너에 가시면 있을 거예요. 왜요? 읽고 싶으세요?”
“네~ 옆에서 조금만 봐도 좋은 책인 것 같아서요. 저두 사서 봐야겠네요.
그런데 전체 내용이 어떻게 되나요?”
책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길래 저는 맘먹고 설명해 주려고 더 가까이 다가
앉았죠. 그런데 그만 내릴 때가 돼버렸는지 여자분은 아쉬운 듯 쭈뼛거리며
일어서는 거였습니다. 그대로 그냥 보내려니 제 마음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불쑥 그분의 옷자락을 잡았지요.
“이 책 가져가서 읽으세요.”
“아…아니에요.”
“가지세요. 집에 또 한 권 있는 걸요.”
저는 떠밀다시피 그 분의 손에 책을 쥐어주었고, 그 분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바로 내렸습니다.
또 혹시 아나요?
그 분이 그 책을 통해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될지요.
그리고 얼마 전 토요일. 수원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또 제가 읽고 있는 책을
유심히 바라보는 한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남학생이 너무 뚫어져라 보는 것
같아 제가 먼저 물었지요.
“혹시 이 책 읽고 싶어요?”
“예.”
“그럼, 이 책 학생들한테 정말 좋으니까 읽어보세요.”
그렇게 주고 나니 그 남학생도 바로 내려야하는 상황이 되더군요. 학생은 멋적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제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웃음으로 대답했지요.
이번에도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주었지만 마음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혹시 알아요?
이 책을 통해 또 한 명의 청년이 꿈을 발견하게 될지….
■ 이현희│부천시 소사구 송내2동 /낮은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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