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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드혼 농장 이야기 |  | |
| 핀드혼의 정령, 데바를 만나다
피터, 에일린, 도로시는 척박한 땅 핀드혼에서 자갈밭을 일구고 모래땅에 퇴비를 끌어모으며 농장을 만들어갔다. 그들은 온힘을 다해 일하고 기도하고 단잠을 잤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연의 보답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단순히 유기농의 결과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매순간 잊지 않았던 것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령들과 교감하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본질적인 생명의 메시지를 전한 데바(‘빛나는 존재’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정령’의 의미)를 만나보자.
나: 식물과 대화를 하고 자연의 정령을 만나고 온존재와 하나임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믿을 수 없군요. 그런 건 비문명적인 원시사회나 합리성을 따질 수 없는 전설·신화에서 볼 수 있는 일 아닌가요?
데바: 그건 일종의 가능성이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 하지만 그래도 피터, 에일린, 도로시는 좀 다르겠죠. 그토록 거친 땅을 풍요로운 농장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노동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그들은 줄곧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들에게는 분명 남들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었을 거예요. 어쩌면 그들의 조상은 연금술사나 마법사였을지도 모르죠.
데바: 그것은 능력이 아니다. 마법이나 판타지는 더더욱 아니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과 자연을 분리시킬 때 우리는 침묵한다. 모든 존재가 서로의 음성에 귀를 열고 가슴을 열 때 공명이 일어난다는 걸 왜 모르나. 영적인 감흥이라는 것은 초월이나 비현실이 아니다. 나무와 비와 달이 진정 그대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나. 세계의 중심은 인간인가.
나: 왠지 구석지로 몰리는 기분이 드는군요. 결국 나의 선택이 문제라는 건가요?
데바: 그렇다.
나: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데바: 물론 그렇다.
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데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피터, 에일린, 도로시를 보아라. 그들은 애초에 원예나 농업기술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농장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것은, 늘 깨어 있는 의식상태로 자연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화와 평화를 향한 집중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생명의 본질은 본래 조화로움을 향하게 되어 있다. 인간의 이기성과 파괴욕이 생명의 본질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다. 분리는 모든 것을 차단시킨다. 그것은 진정한 직관을 폐쇄시키고, 우리의 음성을 가로막는다. 자연은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더 이상 대화는 없어지는 것이다. 정말 그걸 원하나.
나: 당연히 원할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당신의 말대로 우린 너무나 멀어져버렸어요. 내 머릿속에는 온통 편견과 두려움과 부정이 자리잡고 있죠. 나도 그들처럼 핀드혼으로 떠나야 하나요?
데바: 중요한 것은 핀드혼이 아니다. 핀드혼을 되살려낸 그들의 내면을 느껴야 한다. 지금의 사람들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감각이 닫혀 있다. 너희들 표현으로 ‘무뎌진’ 것이다. 그 감각을 깨워라. 피터의 믿음과 에일린의 섬세함과 도로시의 집중력과 록의 고요함과 데이비드의 지성을 진실로 배울 수 있다면, 온몸의 세포가 자연 속에서 온존재와 더불어 요동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핀드혼은 결코 기적이 아님을 잊지 마라.
나: 그런데,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데바: 바로 여기, 네 안에, 그리고 모든 곳에 있다.
나: 내 안에? 믿을 수 없군요.
데바는 아름답고 순수한 존재이지만, 그를 거부하는 자에게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다. 핀드혼의 피터 일행이 쉼없이 데바와의 교류를 시도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리된 자아의 욕망을 거두고 진정한 생명의 본성에 따랐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다시는 깨고 싶지 않은 몽상 같은 핀드혼 이야기! 자연과의 교감은 물론 사람들 사이의 유대마저 끊어진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영영 불가능한 일일까? 데바의 음성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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