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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문 안에서 |  | |
| 문밖에 바짝 다가온 죽음의 예감
1천 엔짜리 지폐에 얼굴을 내밀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 나쓰메 소오세키는 어느 날 지인들에게 보내는 연하장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제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보름이 채 가기 전, 일간지에 에세이를 기고하기 시작했다. 서양식 유리문 안쪽의 서재에서, 문밖에 바짝 다가온 죽음을 느끼며, 집안에서 요양을 하는 동안 보고 느낀 신변잡기와 아스라한 유년시절의 추억들을 써나갔던 것이다.
전작인「마음」에서도 죽음의 주제를 다루었던 그는 더욱 깊어진 통찰과 감성으로「유리문 안에서」를 완성한 후, 스스로 예견했던 바대로 바로 이듬해 50년의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자신의 삶 전체를 회고하고 정리하는 관조적 시선이 느껴진다. 그 시선은 서재의 유리문을 경계로 집 안과 집 밖, 내면과 외부를 오가며, 때로는 한곳에 머무르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곳을 지나치기도 한다.
자신을 찾아온 손님과 친구에 얽힌 일, 하이쿠(일본의 전통시)를 지어달라고 졸라대는 독자와의 신경전 등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사이사이에는 마지막을 향하는 죽음의 예감이 깃들여 있다. 하지만 정작 가슴이 서늘해지는 쪽은 독자들뿐이다. 그는 그 순간에도 감정을 배설하지 않는다.
“작년 가을에도 몇 사람의 장례식에 갔다. 그 중에는 사토군도 들어 있다. 나는 그가 어느 연회석상에서 은잔을 들고 와 술을 권하던 일을 떠올렸다. …이 건강하던 사람의 장례식에 다녀와서 이따금 생각해보면, 내 자신 살아 있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운명이 나를 우롱하는 게 아닐까.”(본문 중에서)
무엇보다 다른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의 성장과정-태어나자마자 양자로 버려진 일, 생가에 돌아와서도 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자라난 일 등 오랫동안 소오세키를 속박했던 삶의 그림자가 담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 시선을 끈다. 이것으로 그는 가족에 대한 애증의 찌꺼기를 완전히 해소한 듯하다.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한 점의 고요한 풍경화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굳이 이러한 긴 설명이 아니라도 이 책의 표지로 삼은 소오세키의 사진-서재 안에서 유리문 밖과 자신을 들여다보며 어떤 것을 꼭 봐야겠다는 의식이나 목적 없이, 모든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 같은 무심한 시선과, 단지 약간의 쓸쓸함만이 살갗처럼 배어 있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될 것이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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