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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바 :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  | |
| Tuva or Bust! ; 투바가 아니면 죽음을!
「투바: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에서 글쓴이 랄프 레이튼과 그의 아버지뻘 되는 친구 리처드 파인만이 ‘투바’라는 나라에 대해 처음 흥미를 갖게 되는 장면은 어떻게 생각하면 터무니없을 정도이다.
어느 평화로운 여름의 저녁 식사 시간, 어렸을 적의 지리 놀이를 언급하던 저자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안다고 자신하다가 큰 코 다치고 만다. 리처드 파인만이 ‘탄누 투바’의 이름으로 발행되었던 멋진 우표를 기억해 내고는 “탄누 투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는 없다, 있다로 잠시 옥신각신. 그러나 지도에서 실제 그 나라를 발견한 두 사람은 똑같이 매혹되어 버리고 만다.
“그런데 말야.” 리처드가 말했다. “수도의 철자가 키질(K-Y-Z-Y-L)이야.”
“이상하네요. 모음이 하나도 없잖아요.”
“우리 그곳에 가봐요.”
귀네스가 말했다.
“그래! K-Y-Z-Y-L이 철자인 곳은 정말 재미있을 거야.”
리처드는 큰 소리로 말했다.
리처드와 나는 서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p.17)
그러나 이들이 가고자 하는 ‘투바’는 원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투바: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은 투바에 가기 위한 글쓴이와 그의 친구들의 십여년 간의 노력을 담은 책이다. 이들이 가고 싶은 나라 투바는 지리학적으로 정확히 아시아의 중심이고, 예니세이강과 끝없는 대초원이 펼쳐진 곳이다. 양떼와 야크, 낙타 등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으며 순박한 유목민들이 유르트에서 살고 있다. 한 가수가 두 가지 목소리를 내며 노래하는 ‘후메이’라는 독특한 음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투바는 소련에 속하는 사회주의 자치 공화국이다. 미소 냉전의 시대, 서로의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보이콧하는 시대에 투바는 달나라보다 먼 곳이었다.
여러 도서관을 뒤져 투바 관련 서적과 자료를 찾고, 투바어-러시아어-영어 사전을 구해 서툰 투바어로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라디오 방송국, ‘투바 언어 문학 역사 연구소’ 등에 보내도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들은 미국내에서의 전시회까지 추진한다. 투바에 대한 이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Tuva or Bust! (투바가 아니면 죽음을!)’ 라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여러 번의 좌절에도 나가떨어지지 않는다. 깊은 열망으로 성급함을 보이긴 해도 화를 내거나 유머를 잃지도 않는다.
그런 모습은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저들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떤 대상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관심으로, 그리고 그것을 이루려는 열정으로 이어지는 동안, 회의나 자포자기 따위로 그 순수함을 변질시키지 않고 끝까지 유지하는 태도 말이다. 마침내 그들앞으로 초청장이 도착했을 때 그 며칠 앞서 리처드 파인만이 세상을 떠났어도 그가 ‘마지막 여행을 마쳤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그렇게 순수한 열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투바로 가기까지의 긴 여정을 기록한 또 다른 이유는 리처드 파인만을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투바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파인만에 관한 마지막 기억이기도 하다. 「파인만 물리학 강의」의 공저자이며, 「미스터 파인만!」(홍승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를 통해 파인만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던 랄프 레이튼은 책 곳곳에 파인만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낸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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