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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딘 - 불멸의 자이언트 |  | |
| 매혹될 수밖에 없는 스타의 신화학
대중문화 아이콘을 별에 비유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비유는 적확했다는 판단이다. 별이 죽은 후에 반짝인다는 점에서 스타의 존재감은 죽음 이후에 완성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면서 스타의 신화가 창조된다. 그가 살아있는 시절, 삶은 끊임없이 창조되고 변형되어야 할 역동적인 유기물이었다. 이십 대 초반에 삶의 모든 질감과 두께를 한꺼번에 선취하려 했던 제임스 딘은 그런 강박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강박 때문에 그는 아무도 누리지 못한 독립된 자유 속에서 스스로의 열정에 만취했다. 그 만취의 끝이 죽음이었고, 그리하여 비로소 현대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답습하게 되는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제임스 딘이 죽은 지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여진 이 책은 록큰롤과 반전운동, 플라워 무브먼트를 거치면서 변형된 새로운 세대의 신화적 모델로서의 제임스 딘의 위상과 가치를 점검하고 있다. 따라서, 흔히 있을 수 있는 경배에서 시작하지만, 제임스 딘의 짧고도 두터운 일대기를 훑으며 결국 이뤄내는 건 현대의 문화인류학적인 코드 안에서 변주되는 새로운 ‘스타의 신화학’이다. 그걸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 스타마케팅의 차원에서 반복·재생산되는 이미지들의 배면을 뒤엎으며 돋을새김한 제임스 딘의 전혀 다른 얼굴과 만나게 된다.
한창 시절의 소년이 거울 앞에서 비슷하게 모사하려 했던 그림 속의 제임스 딘은 어쩌면 제임스 딘 스스로가 경멸했던 자기 자신의 가짜 이미지였는지도 모른다. 극적으로 현시하고 과시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감추는 방법을 제임스 딘은 열광적으로 빠져들었던 자신의 배역들을 통해 이뤄냈던 것이다. 이때, 제임스 딘은 스스로를 수수께끼 속으로 숨겨 버리는 스핑크스가 된다. 우리가 열광하는 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속에서 신비를 강화하는 스핑크스의 불가해한 표정과 거기에 담긴 불가항력의 유혹이다.
데이비드 달튼은 이런 자기관리시스템을 통해 제임스 딘이 ‘최초의 젊은 영웅이자 할리우드 최후의 위대한 스타’로서 ‘미국적인 삶에 내포된 모순을 풀어내는 게 가능하다는 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다’고 찬미한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자기에의 배려’(미셸 푸코가 말년에 천착했던 테제다)는 제임스 딘 이후 그를 음양으로 추종했던 많은 스타들의 캐리커쳐들이 자동적으로 겹쳐지게 만든다. 엘비스 프레슬리,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등등, 삶을 극한까지 내몰면서 열정의 과부하를 일으켰던 모든 이들이 한꺼번에 포섭되는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데이비드 달튼은 이 책의 서문에서 제임스 딘을 록큰롤의 생활방식을 최초로 실천했던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진짜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문학입니다. 문학은 신(神)입니다. 내 현재 경험과 육감으로는 당장 문학에 달려들 수 없습니다 …(중략)… 나는 문학에 대단한 외경심을 품고 있고, 문학이 두렵기도 합니다…그렇지만, 언젠가는…”(P.562)
쉼표와 말줄임표를 반복하며 수줍게, 그러면서도 단호함과 망설임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말투로 이런 고백을 하는 제임스 딘의 육성을 읽다 보니 문득, ‘밤하늘의 별을 보며 길을 찾던 시대’운운했던 게오르그 루카치가 떠오른다. 현대의 서사는, 그리고 이미지의 낙원이자 이미지 때문에 지옥이 된 현대의 신화는 어쩌면 이렇듯 삶을 강렬한 이미지의 전사체로 변형시키면서 빛을 낸 스타들에 의해 변형·창조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밤낮으로 파고드는 밋밋한 종이 위가 아니라 육체라는 필터로 터져 나오는 영혼의 엑기스, 그 황홀경의 답습과 변형을 통해. 만약 이 말에 동조한다면 당신은 아직 낡은 청바지와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를 입고 폼잡아 볼 호기와 젊음이 남아있는 청춘일 거다. 반대로 이 말이 가당찮다고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짓고야 마는 또 다른 당신은 무기력하게 흐트러진 목덜미의 넥타이나 졸라매시길.
by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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