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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가의 열두 달 |  | |
| 소박하고 행복한 감격
어릴때 동화책을 읽으면서 우리 집에도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정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있다. 노틀담의 곱추를 보면 외모가 아주 흉한 곱추와 방대한 정원이 아이러니칼 하다. 영화 위대한 유산에도 아름다운 분수가 있는 정원이 등장한다. 웅장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멋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자유롭게 자란 것 같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베르사유의 장미에도 베르사유 궁전 앞의 넓은 정원은 왕실의 위용을 더한다.
넓은 정원을 보면 그 속에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정원은 신비롭고 그윽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 아름다운 정원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원예가에 의해 완성되어간다. 단지 그들은 꽃을 심거나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애정으로 식물을 가꾼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누군가가 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원예가라고 자신 있게 답했을 것이다.
계절이 오면 꽃과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며, 잘 가꾸워진 정원을 한가로이 거닐고 아름다운 꽃의 향기에 취하며, 시를 짖고..그런 것만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고, 막연히 내가 생각하는 낭만 보다는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원예가는 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흙을 만드는 거라고 말한다. 책 속에서 이 말을 증명하고 있다. 흙 속에서 파묻혀 퇴비와 함께 숨쉰다. 허리가 휠 정도로 꾸부정하게 자세를 하고 땅에 뭘 얼마나 더 줄까 고민한다. 원예가는 식물이 사랑스러워서 못 견디는 사람들이다. 흙을 사랑하는 원예가의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땀 흘리는 노동에서 오는 희열. 태양이 기울때 까지 일하고는 허리를 피며 심호흡을 하는 사람들.
작가는 체코의 극작가며, 로봇 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현대 SF문학의 창시자다. 그 어떤 가식이나 미화 없이 소박하고 담백한 언어로 원예가의 열두달을 묘사하고 있다. 중간 중간의 삽화도 에세이의 이미지와 맞게 유쾌하다.
준비하는 겨울, 씨 뿌리는 봄, 보살피는 여름, 감상하는 가을. 하루하루가 참 풍요롭고 즐거우며 감동적이다.
우리나라와는 기후가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이 책처럼 작은 화원을 가꾸는 원예가가 되고 싶다. 나의 정원에는 뭘 심을까 상상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로즈마리, 라벤더, 데이지, 장미, 해바라기, 자작나무, 베고니아, 시클라멘, 아네모네, 프리뮬러, 프록스등등.. 색깔 별로, 키 별로 심고 싶다. 그리고 각각의 꽃과 나무에게 정식이름표를 붙여 줄 것이다. 이름 없는 꽃은 형이상학적인 이념이 없는 꽃에 불과하며 원예가는 이름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내용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비에 대한 내용인데, (나의 영혼에 물을 퍼부어라. 나의 마음을 세탁하라. 반짝반짝 빛나는 차가운 물. 더위가 나를 불쾌하고 게으르고 우울하고 둔감하고 물질적인 에고이스트로 만들었다.) 얼마나 시적이고 자기 성찰이 돋보인 표현인가.
사랑과 애정으로 12달을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원예가는 과학자나 예술가라는 사실을 알았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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