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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리 헵번, 사랑을 남기고 간 천사 |  | |
| 오드리 헵번에 대해 몰랐던 것
오드리 헵번을 사진 속에서만 봤지 정작 그녀의 영화는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케이블 티비에서 영화 트루먼 카포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게 되었다. 카포티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으니까 영화라도 봐두자고 생각해서 보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움직이는 오드리 헵번을 보게 되면서 왜 사람들이 헵번 스타일에 열광하는지 알게 되었다.
「오드리 헵번, 사랑을 남기고 간 천사」의 저자 알렉산더 워커의 표현에 따르면, ‘목욕탕에서 뛰쳐나온 강아지처럼 신선하고 활기차게 약동하는’ 딱 그런 이미지였다. 더불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영화의 이미지는 고양이, 맨발, 검은 옷, 이런 것이다. 검정색의 옷이 그렇게 활기찬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녀는 블랙을 가장 잘 소화해내는 여자이지 않을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명랑 쾌활한 영화에서의 이미지와 다르게 그녀는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그래서 초년 배우 시절에 그녀는 외향적인 캐릭터의 역할이 주어질 때마다 자신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드리의 내성적 성격은 유별난 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그녀의 부모들은 파시즘에 빠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파시즘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히틀러가 떠오를 테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닌 듯 하다.
움베르토 에코에 의하면 파시즘은 여러 가지가 섞인 혼합주의에다가 정신주의가 가미된 운동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파시즘에 동조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오드리의 아버지는 사업상의 이유로 반유대주의적 성향이 짙은 파시즘의 비밀 협력자였던 듯하고, 어머니는 자기 남편을 따라 얼떨결에 파시즘에 동조한 정신주의적 지향이 강했던 사람이었다.
오드리의 어머니는 물질적 가치에 저항하는 정신주의를 파시즘이라고 생각했으며, 정신이 육체를 정화할 수 있고 영국의 영혼만이 영국을 구원한다고 생각했다.‘영국의 영혼’이라고 하는, 불명확한 것을 분명한 실체로 생각하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았다면 대체로 그녀는 순수하고 단순한 의지력을 믿었던 여자였다. 이러한 어머니 밑에서 길러진 오드리의 내성적 성격은 흔히 말해 소심함과는 다른 정신과 의지에 관련된 것이다.
대체로 오드리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그녀를 감미로운 정신의 소유자로 평가한다. 이런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것을 불허한다. 여기에 물론 유명해짐에 따라 부모의 파시즘 활동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영화에서 보여지는 톡톡 튀는 귀여운 공주 이미지는 실제의 오드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드리의 독서 경력 중에서 그녀에게 특별히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데, 그중 한 권이 「안네 프랑크의 일기」이고 다른 한 권이 T. S. 엘리엇의 시집이었다. 그녀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전 인생에 걸쳐 몇 번이나 읽게 되는데, 그 책에서 생존에 대한 결의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텍스트에 대한 그녀의 존경심은 두 번이나 안네 프랑크의 역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오드리는 한 사람의 비극을 개인적인 창작 소재로 삼아 대중에게 오락거리로 제공한다는 사고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알렉산더 워커는 엘리엇의 시 〈칵테일파티〉의 여주인공 실리아의 인생과 오드리의 인생이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 시의 주인공 실리아는 수녀원의 간호 기관에 들어가 구조 활동을 펼치고 황무지로 가서 성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워커가 제시하는 엘리엇의 시 한 구절은 이렇다.
두려움과 고통과 혐오,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있었기에
육체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위대한 영혼이 되었다.
그녀는 더 고통을 받았다고 말하겠다.
그녀는 우리보다 더 의식이 깨어있었으므로...
그녀는 가장 비싼 대가를 치렀다.
고통 속의 삶, 그것이 그녀가 의도한 것이다.
오드리 헵번이 유니세프를 찾아간 것은 그녀 삶의 획기적인 전환이 되었다. 유니세프가 오드리 헵번에게 활동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찾아가서는 곧장 일을 맡기 시작했다. 그 이후 그녀는 영화 일을 자제했으며, 영화배우로서의 삶보다 구조 활동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자주 말했다. 영화 일을 하지 않는 대신, 배우시절에는 기피했던 매스컴과 기자들을 활동의 필요에 의해 다시 대하기 시작했다. 몇 개국의 언어를 할 줄 알고 독서량이 많았던 그녀의 언어적 재능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미 알려진 정신적인 면모가 이때 완벽하게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다음은 그녀가 언론에 나와 한 말이다.
“명성은 내가 영화에 출연하던 시절 이후 나에게 남겨진 물건, 예를 들면 이런 가방 같은 겁니다.”
“그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희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히려 내가 받은 선물입니다.”
그녀가 유니세프의 구조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신뢰’였다. 그녀는 그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매우 성실했다고 한다. 그녀는 늘 ‘지금은 쉴 때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드리는 유니세프 활동을 하던 와중에 쓰러졌다. 이러한 것들 모두는 내가 전혀 몰랐던 그녀에 관한 이야기다. 숨을 거두기 일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드리는 다음의 시(오드리 헵번이 존경하는 시인의 것이라고 함)를 아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매혹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과 나눠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네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무지한 것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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