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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  | |
| 붓다, 자기 중심주의로부터의 해방
기원전 6세기 말경 스물아홉 살의 싯닷타 고타마는 안락한 집을 떠나 길을 나선다. 그의 아버지는 카필라밧투의 지도자로,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해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또 그에게는 아내와 태어난 지 며칠 안 되는 아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 모든 인간을 기다리고 있는 괴로움의 무자비한 순환을 알아버린 고타마는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혼잡하고´, ´먼지투성이´처럼 느껴지는 집을 버린다.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는 이렇게 버림, 구도, 깨달음, 전도, 최후의 안식 등으로 이어지는 붓다의 발자취를 팔리어 경전을 토대로 재구성해낸 책이다. 저명한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일부 편협한 서구 학자들처럼 경전의 기록을 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부인하기보다, 그 신화적 요소 속에 숨어 있는 풍부한 상징과 알레고리를 흥미롭게 풀어내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뛰어난 통찰을 보여준다.
카렌 암스트롱은 붓다가 얻고자 했던 깨달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얻고 전파했는지에 대해 명확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리고 쉽게 들려주고 있다. 특히 저자는 종종 붓다와 불교에 대한 현대 서구인들의 오해를 바로잡고 있는데, 실상 붓다와 불교에 대한 동얀인의 이해 역시 서구인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 책을 붓다와 불교에 대한 교양서나 입문서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구인들은 사람의 인격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붓다의 아낫타(무아無我) 교리를 허무하고 우울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사실 그렇지 않다며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붓다 시대의 사람들이 느낀 고통의 많은 부분은 새로운 시장 경제 속에서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느끼게 된 불안으로부터 생겨났는데, 붓다는 고정된 실체로서의 자아가 없다는 것을 보게 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가 자아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보게 되면 덧없는 정신적 상태들과 자신을 동일시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붓다의 무아는 ˝나는 말살되고 파괴되겠구나, 나의 존재는 끝이 나겠구나!˝가 아니라 자기 중심주의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붓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 자아가 소멸한 ´타타가타(그렇게 사라졌다, 깨달음을 얻은 뒤의 붓다를 이르는 칭호)´가 된 것이다. 예수의 제자들 일부에 대한 복음서의 생생한 성격 연구와 달리 팔리어 경전에서 붓다가 하나의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도, 붓다가 생전에 개인 숭배를 철저히 금한 것도 이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카렌 암스트롱의 붓다와 불교에 대한 설명은 그 시대적 배경, 다양한 종교와의 연관성과 차이점까지 짚어낸다. 심지어 그것은 매일 불안과 공허에 시달리면서도 ´긍정적 사고´라는 ´습관적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모래밭에 머리를 묻고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현대인들에게까지 닿아있어 더욱 빛을 발한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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