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호박도 |  | |
| | 무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랑권(螳螂拳)이라는 이름쯤은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마귀형 권법이라는 것과 중국에서 발원한 무술이라는 것도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나라 전통 무술로는 누구나 태권도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태권도는 현대에 이르러 붙여진 명칭이지만 기실은 삼국 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선 무용총, 삼실총, 안악 3호 고분 등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우리 전통 무술의 원형을 찾을 수 있고, 문헌적으로는 고려사에서 수박(手搏)이라는 이름으로 어전(御前) 시합의 경기 종목으로 성행하였다고 전해지며, 그 뒤 『조선 왕조 실록』, 『동국여지승람』, 『해동운기』 등에서 각각 수박(手拍), 수벽타(手癖打), 탁견희(托肩戱) 등으로 계승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중국의 전통 무술이라고 알고 있었던 당랑권이 사실은 동이족(東夷族) 무예인 호박도(虎搏道)라는 것과 그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 무예라는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집안의 가보(家寶)를 다락방에서 찾아 낸 심정입니다. 호박도(虎搏道)가 이 책의 주장처럼 실전(失傳)된 동이족의 수박(手搏)이라면 이것은 시공(時空)을 넘은 특별한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동이족의 기백이 오랜동안 무술의 형태로 중국 무술사의 중심으로 있었다는 것과,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우리 전통 무예인 태권도의 뿌리와 전통이 훨씬 깊고 풍부하다는 것을 반증(反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인만(金仁萬)은 호박도의 정통을 이어받은 송계처사(松鷄處士)로부터 무예(武藝)를 전수(傳受)받은 무도인(無道人)으로서, 평소 우리 전통 무술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발해(渤海) 실존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호박도가 고구려, 발해를 거쳐 청(淸)나라로 이어졌다는 저자의 주장 역시 이 같은 잃어 버린 발해사에 눈을 돌리는 최근의 왕성한 학구열의 일단(一端)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 것이라고 입증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료 조사와 문헌 발굴을 통해 과학성과 보편 타당성을 갖추어야 보다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췌언(贅言)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러한 고찰(考察) 작업은 호박도를 보급하는 무도인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이 연구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호박도가 우리 동이족의 전통 무예였다는 흥미로운 화두(話頭)는 중국과 우리 나라의 고대 및 현대에 이르기까지 비교 무술 연구에 천착(穿鑿)하여야 풀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옛것을 지키고 찾으려는 우리 후학의 부단한 노력을 이 자리를 빌려 치하하고 더욱 실사구시(實事求是)하고 격물치지(格物致知)하는 연구 자세를 기대합니다. 호박도가 시사(示唆)하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주먹보다 장(掌)을 주로 사용하며, 다른 무술처럼 손을 무디게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노자(老子)에 이르기를 “약지승강(弱之勝强), 유지승강(柔之勝剛)”이라 하였습니다. 즉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유한 것이 억센 것을 이긴다.’ 라는 말입니다. 호박(虎搏)은 부드러움으로 일거에 상대방을 제압하는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양 무술 특유의 철학성과 자연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이 책이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호박(虎搏)의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전통 무예에 대한 혜안을 길러 주는 훌륭한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000년 5월 문화 관광부 차관보 이홍석(李弘錫)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