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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 잃은 슬픔 ‘나눔’으로 승화” |  | |
| 한반도의 끝자락 전남 고흥군의 명산 팔영산이 늦가을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농촌 포두면 남촌리.
이 곳에는 아름다운 마을 경치보다 더 아름답고 고운 마음을 지닌 농부 김광부(61)씨가 살고 있다.
평범한 농부인 김씨는 15년전 군에 간 큰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슬픔을 당했다. 그후 장남을
잃은 골깊은 한을 떨쳐내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던 김씨는 올해 환갑을 넘기며 문득 아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며 마음을 곧추 잡았다.
3일 김씨의 농가를 방문했을 때, 그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큰아들 얘기를 꺼내면서 “아들을
기리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에 매달 죽은 아들 이름으로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들 유정씨가 살아 있다면 올해로 서른아홉살이다. 건국대 전자공학과 3학년재학중 입대한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87년7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운동삼아 권투를 하던 중 뒤에서 날아온 동료의
주먹에 맞고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도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것인지 참 허망했어요.”
유정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에 다닐 때도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쓰고 남은
돈을 고향집에 부쳐왔던 효자였다. 항상 집안의 기둥 역할을 했던 3남2녀 중 맏이였기에 애달픔을
더했다.
그는 애초에는 아들을 사망케한 젊은이를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영결식 때 흐느껴 우는
그를 보고 ‘내 아들만 잘 생긴 줄 알았더니 이 사람도 참 잘생겼다. 젊은 사람의 장래를 막아서 뭐
하겠는가’라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고 한다. 며칠 뒤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온 젊은이에게
따뜻한 밥까지 해 먹인 뒤 “앞으로 유정이 몫까지 살아서 훌륭한 사람이 돼달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이 말에 부담을 느꼈는지 이후 그를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가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결심을 내비추자 아내 조신자(57)씨는 “유정이가 살아 사회
인이 됐다면 분명 남을 돕고 살것”이라며 흔쾌히 동의했다. 김씨는 정부로부터 받는 유족연금의
10%가량인 6만원을 지난 5월부터 매달 기부하고 있다. 자신도 마늘밭 600평과 논 1200평에서
일군 농업소득에서 매달 1만원씩 떼어내 재단측에 송금하고 있다.
김씨는 “기부란 게 거창한 것이 아니고 하찮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기부를
하고 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죽은 아들이 돌아와 함께 사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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