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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행랑집 아들을 당신 아들처럼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내 또래 아들을 둔 부부가 우리집 행랑채로 들어왔다.
이렇게 한 가족이 머슴일을 하겠다고 들어오기는 처음이었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가족을 모아 놓고 단단히 일렀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 행랑집 식구에게 주객의 차별을
두지 말고 한 식구처럼 위하며 지내야 한다.”

식사를 할 때 나는 아버지와 겸상을 했는데 그날부터는 행랑집 아들도 함께하게 됐다.
그런데 밥상에 가끔 조기 토막이나 계란찜이 올라오면 나는 감히 젓가락을 대지 못하
는데 그 녀석은 덥석덥석 잘도 집어먹었다. 나는 녀석이 얄미웠고 관대하기만 한
아버지까지도 미웠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나를 불러 타이르셨다.

“용섭아, 남의 밥은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것이다. 그 녀석이 지금은 버릇이 없으나
머지않아 고쳐질 것이니 못 본 척해라.”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족이 행랑 살림을 청산하면서 이사를 갔다.
그 뒤 백여 명이나 되는 사원을 거느린 회사 사장이 된 그는 30년이 지나도록 명절 때면
꼭 찾아왔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친아들처럼 앞장섰다.

나는 지금도 아버지 방에 걸려 있던 액자의 글을 기억한다.

‘산처럼 솟아나는 자기 생각을 깨뜨려 버리고 숲 같은 공덕을 쌓으라.’

숲은 날고 기는 짐승을 다 품어 주고 길러 주니 그 덕을 어찌 말로 다하랴!
그런데 나는 남을 어루만지고 덕을 베푸는 데 왜 그리 인색한지….
마음속에 그리는 아버지께 부끄럽기만 하다.

심용섭(기업인) 님의 글 중에서, 문학사상사/[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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