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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이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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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에서 그가 왜 그런 질문을 할까 궁금해하며, 그러나 그외에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나는 대답했다.
˝I am from Korea!˝
나는 미국에 온 지 7개월 정도 되었고, 메일 박스(사설 우체국)에서 일한 지는 석 달째이다. 우리 사장은
인도인인데 가끔 내게 ˝당신은 영어가 서툰 게 흠˝이라면서도 대체로 가게에 나를 혼자 둔다.
이곳 메일 박스의 사업 형태는 사서함 대여이지만 USPS(미국 우편 서비스)와 UPS(미국 택배 운송 회사)
를 통해 편지와 소포를 발송해주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나는 미국 우편물 운송 체제도 잘 모르는 데다 영어마저 서툴러 손님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천
천히 말해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알아들은 것이 맞는지 주문 내용을 따라서 말해보고,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서비스가 선택된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며 손님 스스로 요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손님이
가고 난 후에도 다시 그 물건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우편번호를 입력해보아 가격을 제대로 청구했는지 재
확인하곤 한다.
그 일은 메일 박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며칠 안되어 일어났다. 미국 국내 우편물 취급에도 익숙하지 못
한데, 한 손님이 네덜란드로 보낼 작은 소포 몇 개를 가져온 것이다. 그래도 며칠 동안이나마 퇴근 후 집
에서 USPS와 UPS의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카탈로그를 뒤지며 봐둔 정보가 있어 송장
(invoice)을 작성하게 하고, 가격을 알려주었다. 좀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손님은 아무 말 없
이 요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아들고 나갔다.
손님이 가고 난 후 처음부터 다시 그 과정을 밟아보았다. 이런! 그 손님의 경우 송장을 작성할 필요도 없
었고, 요금은 거의 2 배나 지불했다. 내가 10불이나 더 받은 것이다. 나중에 계산한 것이 맞는 것임을 재
차 확인한 후 손님을 찾았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손님에 대해 생각나는 것이라곤 보통 키에 마른 체격
이라는 것과 자전거뿐이었다. 손님이 남기고 간 ˝필요 없는˝ 송장에서 그의 이름 ˝Leonard
Thompson˝과 주소를 옮겨 적었다. 메일 박스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전화번호는 없었다.
하긴, 전화번호가 있었다 해도 그런 문제를 전화로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편지를 보내거나 찾아가
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 다음에 그 손님이 다시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 속에 짐을 하나 숨긴 채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 손님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았다. ´말도 서툰 외국
인이고 처음이라 요금을 달라는 대로 주었지만 너무 비싸서 다신 안 갈테다.´ 그렇다면 다신 안 올텐데.
한 달쯤 지났을까, 내 기억 속의 톰슨씨와 비슷한 손님이 왔다. 그가 원하는 대로 소포를 독일로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의 종류와 요금을 알려주고 돈을 받으면서 혹시 톰슨씨가 아니냐고 물어볼 기회를 엿보았
다. 그러나 보통 키에 마른 체격이고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검은 곱슬머리였다. 게다가 곧이어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내 시도는 거기서 끝났다.
우편 요금 별납증 인쇄기를 작동하려고 그 손님이 놓고 간 소포를 살펴보던 나는 가슴을 쳤다. 톰슨이라
는 미국식(?) 이름 때문에 그가 금발일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
기로 했다. 보통 키, 마른 체격, 검은 곱슬머리.
다시 한 달쯤 후, 비슷한 인상의 손님이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각각의 서비스에 대한 요금만 물
어보고는 비싸다며 우체국으로 가겠다고 걸음을 돌렸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톰슨씨인가요?˝
그는 이상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데요?˝
나는 ˝초보 시절˝의 실수를 밝히며 사과하고, 그가 보내려는 우편물의 요금에서 그 때 더 받은 액수만큼
빼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를 기다려왔다는 것과 그동안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는 것을 얘
기했다.
톰슨씨는 이번에는 정말로 필요한 송장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를 찾기 위해 주소를 적어 놓았던
메모를 찢어버렸다.
그때 갑자기 그가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Where are you from?˝(어디 출신이오?)
-- 나성희(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월간 리더스다이제스트 ´잊을수 없는 일´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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