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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시장의 할머님 |  | |
| -김 기 환님-
얼마전 월급쟁이 생활이 싫다고 다른 일을 해 보겠다면서
난 사표 한 장 책상 위에 던져놓고서는 무작정 시장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경매를 배워 보겠다는 생각으로 밤 잠 못 이루면서 일을
하고 있죠.
사람들은 뭔가를 하려면 밑바닥부터 해야된다라는 말을
합니다.
전 시장 일이 처음이라서 배달 위주로 일을 하면서 배우는데,
허리가 너무나 아파 일하던 중에 금방이라도 땅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스스로를 달래봅니다.
한 겨울은 아니지만 새벽에는 벌써부터 몸을 움추리게 만들고
주변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녹이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과연 한 겨울에는 얼마나 추울까요?
막연하기만 합니다.
벌써부터 추위가 매섭기에...
하루하루 일을 하다보니 낯설었던 사람들 모습이 이젠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 어떤 할머님 한 분이 계신데 그 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옴은 왜일까요?
시장도 아무나 와서 일을 할 수가 없나 봅니다.
권리금이니 자릿세니 하는 명목으로 돈을 관리사무소에 지불
해야 하고 그 금액은 너무나 큰 액수이기에.....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려는 할머님은 그런 돈을 낼만큼 여유롭지
못합니다.
배추, 무우 경매장에서 운송도중에 몇 개 안되는 깨진 것들을
주워와서 조그마한 비닐 위에 깔아놓고선
´무우 무더기 1,000원´
이란 가격표를 매직으로 써 놓고 팔고 계신데 수입이 많으면
과연 얼마나 많을까요?
그 할머님은 가게를 가질 만큼의 여유가 없기에 남의 가게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팔 수밖에 없습니다.
가게를 가진 사람들은 정말 많은 수입을 거두면서도 그
할머님이 가게 앞에 앉아 있다는 이유로 장사가 안된다고
소리치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추위에 웅크리던 할머님께선 힘에 겨워하시며 무우를
하나씩 하나씩 옆자리로 옮기십니다.
가게 주인이 무척 야속하고 화가 나지만 나는 할머님께로
달려가서 도와 드립니다.
물건을 옮겨놓고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가게 주인
한 번 노려보고는 내가 일하는 가게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종합관리 사무소 사람들은 더합니다.
심한 욕설과 함께 가끔 와서 무우를 걷어차는 모습을 보이고
할머님께서 가지고 다니시는 조그마한 고장난 수레를 강제로
끌고 가서 쓰레기장에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요?
분명 자기들도 그렇게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실텐데....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어떻게 손을 쓸 수 없기에 힘들어
하시는 할머님을 맞은 편에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인가 새벽 먼 거리까지 손수레를 끌고 배달을 가고
있었습니다.
아주 깜깜한 새벽에 멀리서 아주 천천히 삐그덕 거리는 손수
레를 끌고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까이서 보니 그 할머님께서 짐을 끌고 오시는 것이었고,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제가 배달 갈 곳으로 먼저
뛰어 가서 배달을 해놓고선 할머님께 다가가서
˝할머님 힘드시죠? 제가 가는 방면도 할머님께서 가시는
곳과 같으니까 짐 없는 제 것을 할머님께서 끌고 할머님
짐을 제가 끌고 가겠습니다˝
라고 말을 했더니 활짝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괜찮습니다˝
그래도 우겨서 할머님 짐을 끌고 가게 되었고 할머님께선
짐이 실리지 않은 저의 수레를 끌고 오게 되었답니다.
고장난 수레라서 그런지 젊은 나도 힘이 무척 들던데
할머님께서는 얼마나 힘이 드실까요?
그후 조그마한 일이지만 난 할머님이 잠시나마 저로 인해
활짝 웃으신 것에 만족하고 이따금씩 할머니를 마주칠 때면
수레는 제가 꼭 끌고 오게 되었습니다.
활짝 웃음 짓는 할머님.
´앞으로 더 추워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할머님께 필요한 것은 따뜻한 주변사람의
도움이라고 보며 시장에서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고생하시는 분들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으면
하는 기대감과, 오래는 아니지만 내가 시장에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난 그런 분들께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리라는
다짐을 해 봅니다.
[98 올해의 미담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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