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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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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골 도깨비네 집 (선안나) |  | |
| 하마 푸푸는 모처럼 소풍을 나왔어요. 푸른 하늘, 상쾌한 공기, 싱그러운 숲 냄새..... .
푸푸는 콧노래를 부르며 산기슭을 올랐어요. 그런데 저만치, 웬 아이가 울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얘야, 왜 그러니?˝
푸푸는 ´쿵쿵쿵´ 달려갔어요.
˝저런, 손등에 피가 나네. 가시에 찔렸구나?˝
푸푸는 손수건으로 아이의 손을 싸매 주었어요.
아이는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어요.
˝나 배고파, 먹을 것 좀 줘.˝
푸푸는 가방 속에 넣어 둔 샌드위치가 생각났어요. 채소와 다진 고기를 듬뿍 넣고 특별히 맛있게 만든 푸푸의 점심이었지요.
˝자, 이거 먹어.˝
푸푸는 샌드위치를 아이에게 주었어요.
아이는 낚아채듯 샌드위치를 받아 들더니 아구아구 베어먹었어요. 그러다 그만 목이 메는지, 가슴을 ´콩콩콩´ 두드려 댔어요.
푸푸는 가방 속에서 우유를 꺼내 아이에게 주었지요.
˝어서 마셔.˝
우유를 단숨에 마신 아이는, 배가 부른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어요. 그런 아이를 보니 푸푸도 기분이 좋았지요.
그런데 푸푸의 가방을 빤히 바라보며,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새콤달콤한 사과 한 개만 먹었으면 참 좋겠다.˝
푸푸는 깜짝 놀랐어요. 가방 속에 사과 한 개가 있다는 것을 아이가 어떻게 알았을까요?
푸푸는 사과를 아이에게 주었어요.
˝자, 여기 있다.˝
아이는 냉큼 사과를 받아 들더니 아삭아삭 깨물어 먹었어요.
˝그럼 잘 가거라, 꼬마야.˝
푸푸가 빈 가방을 등에 메고 길을 가려는데, 아이가 두 팔을 벌리며 막아 섰어요.
˝나랑 우리 집에 가자. 신령님의 약수 줄게.˝
푸푸가 잠자코 있자 아이는 푸푸의 옷자락을 흔들었어요.
˝같이 가. 과자나무에서 과자도 따 줄게, 응?˝
˝고맙지만 그냥 갈란다. 모처럼 단풍 구경이나 실컷 하고 싶거든.˝
푸푸는 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준 뒤, 걸음을 옮겼어요.
´신령님의 약수? 과자나무? 후후, 참 재미있는 꼬마로군.´
푸푸는 혼자 빙긋 웃었어요.
얼마쯤 걸어가자 울긋불긋한 단풍숲이 펼쳐졌어요. 색색깔 물감을 적셔 놓은 듯 고운 나뭇잎 천지였지요. 푸푸는 눈이 아른거리도록 단풍 구경을 했어요.
한참이 지나자 푸푸는 조금 추워졌어요.
´햇볕을 쬐고 싶어.´
그 때 문득 숲이 끝나고 눈앞에 넓은 언덕이 나타났어요. 햇볕이 고운 언덕에는 들국화가 무더기 무더기 피어 있었어요.
˝와아, 예쁘다!˝
푸푸는 ´쿵쿵쿵´ 달려갔어요. 쑥부쟁이, 구절초 꽃무더기에 코를 파묻고 ´킁킁´냄새를 맡았어요. 마음 같아선 세게 뽀뽀를 하고 싶었지만, 꽃들이 아파할까 봐 아주 살짝 입을 맞췄지요.
조금 뒤 푸푸는 꽃들 사이에 누워 해바라기를 했어요. 온몸을 따사롭게 어루만져 주는 햇볕, 은은한 들국화 향기, 숲에서 들려 오는 새 소리.... .
배만 고프지 않았으면 푸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하마였을 거예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푸푸는 배가 고팠어요. 처음엔 그저 배가 출출하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허기가 졌어요.
´안 되겠다. 물이라도 마셔야지.´
이리저리 옹달샘을 찾던 푸푸는 오두막 한 채를 발견했어요.
˝이런 곳에 집이 다 있네? 아무튼 잘 됐다. 저 집에 가면 물을 얻어 마실 수 있을 거야.˝
푸푸는 ´쿵쿵쿵´ 달려갔어요.
˝여보세요, 주인 계십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어요.
˝안녕하세요. 배가 고......아니,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물 좀 주시겠어요.˝
˝그러고 말고요.˝
아주머니는 선선히 대답했어요. 조금 뒤 아주머니는 조그만 찻잔을 들고 왔어요. 찻잔 속에는 맑은 물이 여우 오줌만큼 들어 있었죠.
´에게게, 이게 뭐야. 입술도 못 축이겠네.´
푸푸는 실망한 얼굴로 물을 한 모금 마셨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온몸에서 힘이 불끈불끈 솟아났어요.
˝정말 신기하네요. 도대체 무슨 물인가요?˝
˝대단히 귀한 약수라오.˝
˝그렇게 귀한 약수를 저한테 주시다니요, 저는 별로 드릴 것이 없는데... ... .˝
˝아까 우리 애를 돌봐 주고, 점심까지 주셨잖수? 하나뿐인 아이라 오냐오냐 키웠더니 버릇이 좀 없다우. 그런데 총각이 무척 마음에 들었나 봐요. 과자나무 열매까지 주는 걸 보면.˝
˝... ... .˝
아주머니는 푸푸를 뒤꼍으로 데려갔어요. 그 곳에는 진짜 과자나무가 있었어요.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 사탕, 전병, 검, 초콜릿, 그리고 이름 모를 온갖 모양의 과자들... .
아주머니는 멍청하게 서 있는 푸푸의 가방에 과자를 듬뿍 담아 주었어요.
˝우리 애가 총각을 보면 붙잡고 안 놔 줄까봐 심부름을 보냈다오. 그 애가 오기 전에 얼른 가요. 문 밖에 노랑나비가 있을 테니 뒤를 잘 따라 가구려.˝
아주머니는 푸푸의 등을 떼밀었어요.
문 앞에는 정말 노랑나비 한 마리가 있었어요. 푸푸는 열심히 나비를 따라갔어요. 참나무 숲을 지나 바위 언덕을 넘어 시내를 건넜을 때, 노랑나비는 사라졌지요.
푸푸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저만치 푸푸네 집이 보였어요.
˝언제 여기까지 왔지? 나비는 또 어디로 갔을까?˝
푸푸는 무언가에 홀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그 과자...... .˝
푸푸는 가방을 얼른 열어 보았어요. 가방 속에는 도토리며 상수리 같은 가을 열매들이 소복이 들어 있었답니다.
(열린아동문학 98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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