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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시험 (최영희) |  | |
| 예슬이가 다니고 있는 5학년 개나리 반은 날마다 시험을 봅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렇게 여길지도 모르겠어
요.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시험을 날마다 보다니 개나리반 아이들은 참 불행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개나리반 아이들의 생각은 그와 반대랍니다.
개나리반 아이들은 아침이 되면 얼른 학교에 가고 싶어합니다. 또 학교
를 향하면서 과연 오늘은 어떤 시험을 치르게 될까 자못 기대가 크답니
다.
그럼 지금 교문을 향해 들어서고 있는 예슬이의 뒤를 따라 가보겠습니
다.
예슬이가 운동장 한 복판에 다다랐을 때 같은 반 친구인 금자가 뒤따라
와 예슬이의 어깨를 툭 쳤습니다.
˝예슬아, 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네 이름을 세 번이나 불렀는데도 들은 척도 안 하더라.˝
˝어머, 그랬니? 난 정말 못 들었어.˝
예슬이는 조금 미안한 얼굴이 되어 금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참, 예슬아. 너 어제 시험에선 몇 등 했니?˝
˝으응. 우리 조에서 6등이야.˝
˝6등이라고? 후후후. 6등이라면 바로 꼴찌이잖아.˝
˝얘, 기분 나쁘게 웃지마. 그런 너는 몇 등 했니?˝
˝나야말로 1등이지. 우리 조에서 나를 따라 잡을 사람 있겠니?˝
금자는 기분이 몹시 좋은 듯 우쭐거렸습니다.
´계집애. 국어 받아쓰기는 엉망이면서.´
예슬이는 속으로 이렇게 금자의 흉을 보았지만 한편으론 어제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금자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공기 받기 시험이 있었습니다.
˝바깥 날씨가 무척 덥구나. 오늘은 점심을 먹고 시험을 보겠다. 너희들
이 좋아하는 공기 받기 시험이다. 점심을 다 먹고 배식 당번은 얼른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은 책상 걸상을 모두 교실 뒤쪽으로 붙이도록 해
라.˝
개나리반의 담임이신 송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와아- 하며 환호성
을 질렀답니다.
요즈음 개나리반의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틈틈이 공기 받
기 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예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짓기와 노래 부르기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는 예슬이었지만 공기 받
기 놀이엔 자신이 없었습니다.
특히 다섯 개의 플라스틱 공기알을 손등에 올리고 홱 틀어서 공중에 떠
올렸다가 받는 천재 공기 받기는 비비꼬인 수학 문제보다 더 어려웠으니
까요.
아무튼 예슬이는 어제 본 시험으로 기분이 좋아서 우쭐거리는 금자와
함께 교실 문을 들어섰습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많은 아이들이 와 있었습니다.
칠판에는 ´조용히 독서하기´라는 글이 씌어 있고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학
급 문고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예슬아. 혹시, 오늘 시험은 독서 퀴즈가 아닐까?˝
예슬이의 앞자리에 앉은 남희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걸었습니다.
˝글쎄. 선생님의 높으신 뜻을 우리가 감히 어떻게 읽을 수가 있겠
니?˝
예슬이는 남희에게 이렇게 대꾸하곤 송 선생님의 자리를 흘낏 훔쳐보았
습니다.
자칭 개나리반의 임금이자 하인이신 송 선생님은 개나리반 아이들에겐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고 때로는 다정한 친구 같기도 하답니다.
또 날마다 치르는 시험은 얼마나 재미있는지 정말 다른 반 아이들은 모
를 겁니다.
어제 치른 공기 받기 시험을 비롯하여 눈감고 뒤로 달리기, 만화 그리
기, 받아쓰기, 독서퀴즈, 고무줄 높이 넘기, 멋진 사인 만들기, 세 발 자전거 대회, 발바닥 손바닥 크기 대회, 팔씨름, 화단의 풀 많이 뽑기 등등 남이 들었으면 웃을지도 모르는 시험들이 날마다 개나리반의 아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습니다.
자습시간이 조금 지나 송 선생님께서 그야말로 헐레벌떡 숨을 헉헉거리
며 교실로 뛰어들어왔습니다.
˝얘들아, 오늘 내가 많이 늦어서 걱정했지? 조간 신문이 보급소에 늦게 도착하여 배달이 조금 전에 끝났지 뭐니.˝
송 선생님의 말씀에 개나리반의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선생님! 신문 배달하세요?˝
교실 제일 앞자리에 앉은 민지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물었습니다.
˝아참, 너희들에겐 내가 얘기를 안 했구나. 내가 한 달 전부터 아침 운동 삼아 신문 배달을 한단다. 운동도 하고 돈도 벌고. 그걸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우리 속담에 비유하면 되겠지.˝
˝선생님! 정말이세요?˝
개나리반의 아이들이 한데 입을 모아 송 선생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너희들 속아만 봤나? 오늘 마침, 월급을 받고 해서 내가 기념으로 이렇
게 큰 알사탕 두 봉지나 사왔다. 그래서 오늘은 알사탕 오래 녹여 먹기
시험을 보겠다.˝
송 선생님이 멋쩍은 웃음을 떠올리며 알사탕 봉지를 내밀자 개나리반
아이들은 모두 와아ㅡ 하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다만 그 때 개나리반 복도 앞을 지나던 교장 선생님만 ´개나리반은 여전
히 시끄럽군.´ 속으로 생각하며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가 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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