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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이의추석이야기 |  | |
| 어린이들에게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큰 명절은 굉장한 사건이고 설레게 만든다. 나의 어릴 적을 생각해 보아도 며칠 전부터 뒤척이며 벌써 마음은 할머니 댁에 가있곤 했으니 말이다. 할머니 댁이 멀리 시골에 있으면 놀러 가는 기분도 들고 그 만큼 멀어서 자주 못 본 친척들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에 흥분되기도 하지만, 명절에도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이나,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고향 가는 설렘을 느낄 수 없어 안타깝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만큼 명절을 기다리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아직까지는 많다. 어릴 적 명절을 보내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그때의 들뜬 마음을 잘 표현해 준다. 도시에 사는 솔이네 식구가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에 다녀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명절의 정겨움과 푸근함을 전해 주는 책이다. 겉장을 넘기면 색동저고리를 다리는 엄마 곁에서 한껏 설레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솔이의 조잘조잘 거리는 그림이 독자를 맞이한다. 그 모습만으로도 절로 설렘이 전해져 온다. 대목을 맞은 도시의 목욕하고 선물사고 미용실에서 예쁘게 치장하는 들뜨고 분주한 모습, 고향 가는 길의 교통체증은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해질녘이 돼서야 도착한 시골의 넉넉하고 푸근한 정경들, 논에 가득한 누런 벼들의 모습이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안부를 묻고 그간의 이야기를 즐겁게 하는 모습, 음식 냄새, 달맞이, 차례 지내고, 성묘 가는 길의 농악대 소리..... 우리가 시골하면 떠오르는 넉넉한 모습들이다. 어스름한 새벽에 잠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업고 할머니가 바리바리 싸 준 음식들을 들고 솔이네 가족은 집으로 돌아온다.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살아있는 표정을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쏠쏠한 재미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의 질을 높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책 이라하면 그림들과 글이 관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책은 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추석이라는 명절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피상적인 점, 시골 풍경 묘사의 사실성 여부 등은 접어둔다 하더라도 이 책은 마치, 추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석을 설명하는 것처럼만 보인다. 그림에 비하면 글이 너무 빈약하다. 그리고 솔이의 추석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추석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실패하고 있다. 주인공 솔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추석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 어디에서도 솔이의 구체적인 경험을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답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등장인물과도 구별되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처럼 솔이의 눈을 빌어 추석을 바라보았더라면 개성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순히 추석에 대한 설명의 나열이 아이들의 가슴에 어떤 감동을 안겨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솔이가 사는 동네의 모습들은 사실적이지만 이 작품 속의 고향은 오늘날 황폐화되어 가는 우리 농촌현실과는 동떨어진 하나의 이상향처럼 묘사되어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고향의 모습을 정겨운 시골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은 현대 아이들과 먼 이야기일지도 모르며 막연한 상상 속에 자리 잡은 진부한 표현이 될지도 모른다.
by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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