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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력과권력 |  | |
| 지난해 2000년 새 밀레니엄을 선포하고 난리법석을 떨어던 즈음 나는 개인적으로 21세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20세기의 쟁점들을 정리해보고 새로운 21세기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고민하면서 지난 10여년간 읽은 책들을 다시 보고 나름대로의 숙제를 하던 참이었다. 달력과 권력이라는 책 제목을 서점인가 신문인가에서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잘아는 선배인줄은 몰랐다. 친구로부터 선배의 책이라는 얘길 듣고 곧바로 주문했고,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3일만에 단숨에 읽어 나갔다. 달력과 권력은 내가 읽은 지난 세기의 책중에서 마지막 책이었고 새 밀레니엄을 맞아 시간에 대한 인간의 역사를 정리해놓은 책으로서 의미가 컸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자연으로서의 시간에 대해 그 의미를 풀어놓은 책이라면, 이정모님의 달력과 권력은 시간에 대한 인간의 역사적 규정이 갖는 의미를 풀어놓은 것 같다. 이책은 달력의 역사를 과학과 권력의 산물로 보고, 시간을 규정한 이들이 궁극적으로 권력의 소유자였다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로마의 그레고리력으로부터 왜 10여일이 사라졌는가의 질문을 흥미롭게 도입하여 진정한 새 밀레니엄은 언제부터인가의 문제 등 요즘의 관심사를 다루기도 했다. 지난해 지구촌에서 새 밀레니엄을 선포한 것은 어찌보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임기 안에 기념비적 의미를 애써 부여하기 위해 조급하게 도입한 조작된 시간의 역사가 아닐까? 아무튼 나는 허황된 새 밀레니엄 보다는 세기의 쟁점에 관심이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 20세기의 쟁점과 문제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냐하면 우리와 우리의 아들딸들은 대부분 21세기에서 살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지난 천년에 대해서라면 역사적 진보에 대한 엄연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자의 분석대로라면 달력은 권력의 오점이 새겨진 축소판이기도 할 것이며, 아직도 시간과 달력을 둘러싼 권력의 통제와 허위는 폭로되어야 한다. 나는 오늘날도 그런 치열한 투쟁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기원전 안식일 휴식을 쟁취하기 위해 벌였던 히브리의 애굽탈출, 지난 세기에 세계민중이 쟁취한 주 48시간 노동제, 오늘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주 40시간 노동, 주 5일근무제가 그 역사를 말해준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달력과 권력´의 내용 속에 시간에 대한 철학의 역사와 오늘날 올바른 권력은 미래에는 어떤 달력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그 지향점이 덧붙여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아마 후속편으로 이런 내용의 책을 구상하고 있지 않을까?
by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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