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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이야기 |  | |
|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피운 적이 없다. 그렇지만 담배가 나와 관계없는 물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왜? 나는 어려서 할머니 담배 심부름을 곧잘 했다. 할머니는 하루에 담배 반갑 정도는 피셨던 듯하다. 그러니 나는 일찍부터 간접흡연을 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때는 ´청자´를 사드렸는데 짙은 금색 포장지에 청자 그림이 있는 청자 담배는 매끈한 비닐에 쌓여서 만지는 감촉이 좋았었다. 아버지 주전자 막걸리 심부름을 할 때에는 한모금씩 마시는 것이 맛있었는데 담배는 그저 갑을 만지는 감촉이 좋았을 뿐 피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때 할머니에게 ´담바구 타령´도 들었다. 그런데 내가 들은 담바구 타령은 이 책 132면에 소개된 것과는 다르다. 원래 영남 지방 민요였는데 할머니가 사신 곳은 경기도 죽산이었으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담바구야 담바구야 동래나 울산에 두담바구야…˝ 이제 가사도 다 생각나지 않는다. 할머니는 86세까지 장수하셨다. 40대에 혼자 되셔서 나머지 인생을 외롭게 사셨을 할머니께 담배가 없었으면 무슨 맛에 사셨을까 생각하면 담배는 참 고마운 물건이다. 이 책에서는 담배와 사는 사람들로 애연가, 담배경작농가, 담배판매상, 담배연구자, 금연운동가 등을 들고 있는데 우리나라 담배에 관련된 추억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담배에 대한 관심을 망라하고 있다. 담배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을까?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담배를 어떻게 보았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는 말은 왜 나왔나? 식후의 담배는 왜 그렇게 맛있나? 우리나라 최고의 애연가는 누구인가? 담배와 관계된 영화는 어떤 것이 있는가? 등등 담배와 관계된 기록, 설화, 민요가 두루 담겨있다. 그 뿐 아니라 담배잎 재배, 궐련 제조, 전매 양상, 유통 등 담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망라하였다. 이 책을 보면 더 이상의 담배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담배백서´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 몇 가지를 적어보면, * 손톱에 박힐 정도로 작은 담배씨가 다섯달만 크면 2미터나 넘게 자란다. * 담배 해충들이 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먹고도 죽지 않는 이유는 흡수된 니코틴이 살충 작용을 하기 전에 바로 몸밖으로 배설하는 특수한 체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 영국의 롤리 경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담배연기의 무게를 재는 내기로 금화를 땄다. * 1904년에는 미국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우던 여자는 체포되었다. * 하멜표류기에는 ˝조선 사람들이 4,5세만 되면 담배를 피우고 남녀노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아이들의 담배 사용은 횟배를 고치려는 치료행위였다. * 영화 카사블랑카에는 남자 배우들이 거의 다 담배를 피우고 그 장면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여자 배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이는 영화를 촬영하던 1942년 당시 미국의 여성흡연이 금기시 되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시기는 광해군 때이므로 그 이전을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오면 역사 고증이 미흡한 것이다.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서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금연이 어렵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모든 애연가에게 금연을 권하지는 않겠다. 다만 중고등학교 때 습관으로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서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화장실에서만은 제발 금연해 달라고, 다른 사람에게서 순수한 배설의 쾌감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by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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