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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신이야기 |  | |
| 이 책의 앞장에 940929073 이라는 번호가 적혀 있다. 94년 9월 29일에 구입한, 94년도에 일흔세권째 구입한 책이라는 번호이다. 8년이 지난 오늘날, 변신에 관련한 다른 새로운 책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생업에 종사하느라 새책을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8년전 책을 꺼내 들여다 보게 된 것이다. 왜냐? 오래전에 ´원령공주, 라퓨타, 토토로´ 등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느끼지 못했던 어떤 것을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이하 ´센치히로´)을 만나면서 뭔가 뒷골을 서늘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센치히로´의 플롯 전개가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계모설화 - ´장화와홍련, 콩쥐팥쥐´와 같은 - 와 그 구성의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특히 무속에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바리데기 신화´ - 설화 중에 민담, 전설이 아닌 신화라는 점에 유의하자 - 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센치히로´는 전형적인「成女式」,「入社式」전설을 근거로 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그 플롯들의 모티프들을 나열하는 것은 ´센치히로´관련 책자를 참조해 주기 바라며 ´변신이야기´라는 본 서적의 본래적 의미로 돌아가 다시 살펴 보자. ´센치히로´의 경우 신들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인 동굴을 지나가는 장면은 바로 이책에서 말하는 주술적의미를 동반하고 있으며, 그 주술의 결과 변신을 겪는, 즉 치히로의 부모가 돼지로 변신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늑대인간, 마녀, 백조로 변신한 오빠를 구하는 공주´ 등에서 변신과 관련한 모티프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어린아이, 특히 여자아이가 여성호르몬에 의해 가슴이 발달하고 생리를 겪으면서 일종의 수치심 -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가슴이 솟아나고 생리를 겪을 때 수치심을 느끼다고 한다 - 을 가리기 위한 주술적 상징으로 변신 모티프는 활용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성장담과는 큰 관련은 없지만 우렁각시라든가 깨진 독을 막아준 두꺼비 등도 미약하나마 성장과정에 개입된 주술적 상징으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쉽지 않게 발견해 낼 수 있음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변신 관련 책에서 발견되는 오비디우스의 근원적 변신에 관련한 이야기는 역시 ´센치히로´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도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도 다양한 변신과 관련한 모티프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귀신, 또는 도깨비와 같이 식민주의사관에 근거한 허섭한 속물들로 취급되어진다는 것에 분개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최저급 귀신인 오니를 우리의 전통 도깨비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있어야 할, 그리고 있는 터주신, 조왕신, 측신 등 굳이 변신이라 하지 않아도 좋을 정령(일본식 표현이기는 하지만)들이 함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겠다. 굳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by 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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