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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도 부산일보신춘문예당선작-짱아와 풀각시두희(서우종) |  | |
| 짱아와 풀각시 두희 (2)
서우종
˝응.˝
˝그대신 나하고 약속 하나 해.이제 곧 봄이 올 거야.우리들은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 이제 막 땅 위로 움틀 준비를 하고 있거든.봄이 되면 짱아네 마당에도 각시풀이 자랄 텐데,다 자라거든 각시풀에다 대고 내 이름을 불러주렴.그러면 짱아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그리고 이건 짱아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풀각시 두희가 짱아에게 준 선물은 눈꽃으로 만든 반지였어요.반짝반짝 하얗게 빛나는 게 아주 예뻤답니다.
˝와!˝
짱아는 너무 기뻤어요.
˝원 녀석두.짱아야.졸리면 누워서 자렴.얼마나 곤하면 핼미가 와도 전혀 모를까? 얘.짱아야.책상에서 이렇게 엎드려 있지 말고 편히 누워 자거라.˝
할머니의 목소리였어요.어떻게 된 걸까요.짱아가 눈을 떠보니 할머니가 와 계셨어요.아직도 밖엔 눈이 많이 오는지,할머니는 어깨에 쌓인 하얀 눈을 손으로 털고 계셨습니다.그럼 방금 전에 풀각시 두희와 만난 일은 전부 꿈이었나 봅니다.짱아는 실망했어요.그런데 그 때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짱아야.네 손가락에 낀 반지는 뭐니.아유.누가 만들었는지 참 예쁘게도 만들었다.짱아 친구가 준 거니?˝
짱아는 알 것 같았어요.분명 풀각시 두희와 만난 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짱아의 손가락에 낀 눈꽃 반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요.짱아는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어요.
˝예.할머니.제 친구 두희가 준 반지예요.˝
˝두희라니? 언제 두희가 왔다갔니?˝
˝그 두희말구,풀각시 두희요.˝
˝또 그 말이로구나.두희면 두희지.풀각시 두희는 또 뭐니.˝
˝칫.할머닌 몰라요.˝
짱아는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밖에선 여전히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마루 밑 방울이는 무슨 소리라도 들었는지 멍멍하고 짖고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오늘은 짱아가 봄방학 하는 날이에요.짱아네 학교는 학생수가 적어 1학년,2학년,3학년이 동생반,4학년,5학년,6학년이 언니반,이렇게 두 반 밖에 없어요.그래서 올해 3학년이 되는 짱아는 새학년이 되어도 교실이나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예년과 그대로랍니다.그래도 짱아는 마음이 설레었어요.새학년이 되면 새로운 책을 공부할 수 있고,또 병아리같은 1학년 동생들이 새로 입학하기 때문이에요.짱아는 1학년 동생들이 입학하면 이름표도 잘 챙겨주고 공부도 잘 가르쳐 줄 거예요.
3학년 새 교과서를 받아들고 집에 온 짱아는 마당 한 켠에 탐스럽게 자란 각시풀을 보고 흐뭇했습니다.짱아는 생각했어요.
˝오늘은 풀각시 두희를 불러도 되겠어.˝
짱아는 조심스럽게 각시풀 더미로 가 조용히 불렀습니다.
˝두희야.˝
˝,,˝
˝두희야!˝
˝,,˝
아무 대답도 없었어요.˝아직 다 자라지 않았나? 좀더 기다릴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짱아는 큰 소리로 한 번 더 불러보기로 합니다.
˝두- 희- 야-!˝
˝짱아야!˝
누가 짱아를 불렀어요.그런데 그 목소리는 각시풀 덤불에서 나는 게 아니라,짱아네 사립문 쪽에서 나는 게 아니겠어요.짱아는 놀라서 사립문 쪽을 돌아 보았습니다.
˝짱아야! 잘 있었니?˝
거기엔 두희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어요.풀각시 두희말이냐구요? 아니요.그 두희말고,작년 봄에 서울로 전학간 진짜 두희말이에요.짱아는 너무 기뻤어요.짱아는 달려가서 두희를 꼭 껴안았답니다.
˝두희야.보고 싶었어.˝
˝나두.원래 겨울방학 때 올려고 했는데,부모님께서 봄방학 때 날씨가 좀 좋아지거든 가는 게 좋지 않겠니 하셔서,오늘 오게 되었어.난 어제 봄방학 했거든.˝
짱아와 두희는 즐겁게 어깨동무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짱아와 두희는 오늘 밤 아마 잠 한숨 못 잘 거예요.짱아가 풀각시 두희 이야기를 해주려면,또 두희는 서울에서 사귄 새 친구들 이야기를 해주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테니까요.
사이좋게 걸어가는 두 친구의 모습을 각시풀 덤불 사이로 풀각시 두희가 해맑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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