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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견문록
중,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나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기대만큼 화려하진 않았다. 대다수의 여행 수기가 그렇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방대한 내용을 한 권에 담으려고 든 그의 노력 때문인지 오히려 내용 면에서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직접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낄지라도 그 경험이 전부를 이야기할 순 없는 걸 알지만, 여행과 관련된 수기들에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여행자의 느낌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여행하는 자의 느낌은 글을 적어나간 여행자와 나를 동일시 시킬 수 있는 훌륭한 기제였다. 화려한 문체로 눈으로 본 것을 서술해나갔을 경우, 글을 읽는 사람은 단지 여행자가 보았을 법한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에 멈추게 된다. 간접적인 여행으로서 글 읽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여행자의 느낌 부분을 통해서라고 나는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것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너무도 객관적이었고, 그래서 너무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이 책은 서양인들로 하여금 그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동방 세계에 대한 관심은 팽창해가는 제국주의의 물결로 인해 변질되어 갔고, 훗날 유럽인들로 하여금 수많은 식민지 지배 사업(?)에 매진하게 된 듯 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미래는 그리스도 교를 믿는 자로서 마르코 폴로가 여행 내내 지니고 있던 동양 문화에 대한 우월시하는 생각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의 칸을 알현하는 이로서 그는 여행을 위해 많은 것을 제공받았고 비교적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행과 관련되어 본 것을 적어나간 것이지만 그것이 여행하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우상숭배자이며 성질이 괴팍하고 포악하여 사람 고기도 서슴지 않고 먹는다, 옷이라곤 하나도 걸치지 않은 체 살아가는 미개한 민족이라는 식의 글들은 동양 문화를 서양 문화의 잣대로서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르코 폴로로서는 무시하면서 지나갔던 많은 부분에서 서양 문명 못지 않은 동양 문명의 아름다움을 난 발견했다. 물론, 거대한 궁전과 화려한 다리 등의 마르코 폴로 자신 조차도 감탄했던 건축물들은 분명 동양 문명의 화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르코 폴로가 여행하면서 이용한 역원제도 역시도 봉건제도에 기반하고 있었을 1200년대 유럽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을 발달된 동양 문화의 한 측면이라고 생각되었다. 늙거나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양호원이라고 하는 시설을 설치해놓고 수용했다는 이야기나, 가난해서 먹고 살기 힘든 이들에게 세금을 면제해주고 칸이 직접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했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오늘날 서양의 비스마르크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회복지 제도의 뿌리가 동양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그것이 일방적인 시혜의 차원이며, 민중들의 반란을 막기 위한 눈속임이었다고 할지라도 1800년대부터 비롯된 유럽의 복지정책과 그 형태는 비슷한 듯 해 보였다. 국제화 시대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것을 많이 잃고 서양의 것들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식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비록 동방견문록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쓰여졌고 그렇기에 동양 문명에 대해 무시하는 듯한 표현들도 많이 발견되지만, 그가 소개한 지난 날의 화려했던 동양 사회상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아시아에 살아가는 이들의 정체성과 관련된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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