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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한경제학자의유쾌한에세이 |  | |
| 폴 크루그먼(Paul Krugman?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 같은 세계적 고급지들이 경제현안에 대한 그의 말 한 마디를 주요 뉴스로 취급할 만큼 주목을 끄는 소장 경제학자이다. ´존 M 케인스 이후 글을 가장 잘 쓰는 경제학자´란 평가와 함께 ´관직에 미련을 둔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그는 확고한 정치적 입장과 경제학적 근거에 입각한 독창적이고 강력한 분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폴 크루그먼의 지론 중 하나는 일상어로 알기 쉽게 글을 쓰는 경제학자들이 좀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자신 독창적이고 치밀한 통찰력과 분석에 입각한 신랄하고 재기 넘치는 문체를 구사한다. 그의 에세이 중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의 거대한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는 세계화의 의미에 대해 상식(?)을 깨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탐욕스런 다국적 대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보다 가난한 제3세계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그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에서 ˝제3세계 신흥 수출 공업국들의 경우 임금과 근로조건이 형편없이 열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그들의, 상대적으로 눈에 잘 뜨이지 않던 농촌 경제시절의 빈곤´에 비하면 크나큰 개선˝이라고 지적했다가 다음과 같은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그렇소. 당신은 미국 대학 교수라는 안락한 지위를 잃어도 다른 일자리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거요 - 당신은 12살이고 하루에 2달러를 벌기 위해 일할 용의가 있는 한 말이오.˝ 그의 주장은 세계화로 인해 유수한 자본가가 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빈곤의 제3세계 국가에 일자리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세계화로 인해 관세 장벽이 낮아지고, 통신환경이 개선되고, 항공 운동비가 싸지는 등 여건의 개선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안고 있던 불리한 생산 여건이 완화되면서 개발도상국은 이 저임금에 힘입어 세계시장을 파고 들 수 있어 제1세계 국가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어찌 보면 크루그먼의 논리는 우리의 일제시대 일본의 역할에 대해 격한 논쟁을 불러온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식민지 근대화론´과 비슷하다. 그의 주장은 우리 사회의 건강 보험 정책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는 누구나 세금을 내는 것을 싫어하지만 평범한 근로계층이 쉽게 누릴 수 없는 딱 한 가지 생활 조건인 의료보장을 위해 중과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스스로 ˝부유한 층에서 세금을 거둬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돌리는 사회˝를 신봉한다고 자신의 책 「경제학의 향연」(부키)의 서문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기업의 다운사이징과 정리해고, 성장과 인플레이션, 세계화와 금융 투기, 정보기술과 신경제, 동아시아의 통화 위기와 일본의 경제 불황 등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면서 그는 가치 중립적 입장이나 양비론 또는 양시론과 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다. 읽은이가 동의하든 안 하든 그는 분명한 자기 입장을 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번쯤 눈 여겨 볼 대목들이 많다.
by 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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