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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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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 |  | |
| 지금 밖에는 비가 온다.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세상은 어두운 회색빛 차가움으로 가득하다. 창문을 열자 뺨 위를 가볍게 찬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가끔 (그것이 외부의 환경적 영향일지라도) 평소에 비해 감성지수가 오늘처럼 올라가서 내 존재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 있지만 그 안에서 가끔은 목이 조여 오는 듯한 무거운 무게에 숨조차 쉬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마치 폭풍우 속에서 푸른빛을 잃지 않으려, 자신의 생명의 줄을 놓지 않으려 바르르 떨고 있는 한포기 풀처럼 말이다. 김수영의 풀은 고등학교 때 중요한 시의 하나로 배운 기억이 모두들 있을 것이다. 바람과 풀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그리고 그 상징성이 주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인해 우리는 이 시를 기억한다. 하지만 너무도 그 상징성에만 집착했기 때문일까 나는 이 시를 마음으로 느끼지 못했다. 대학에 와서 공부와는 상관없이 다시 이 시를 읽어보았다.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보다는 지금의 내 상황에서 이 시를 이해하고 싶었다. 울어버렸다. 누워버렸다. 나약한 내 존재는 그렇게 아팠다. 일상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길이 너무 힘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벗어버릴 수 없는 족쇄들이기에 다시 힘을 내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한히 앞만 보고 달려갈 필요가 있었다. 주위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나는 그 족쇄들이 채워지기 전에 미리 그것들을 풀어버리려 했다. 그래서 더 힘이 들었다. 이제는 그의 풀이 그러하듯 나는 상황에 자신을 맞추어 가는 풀포기들의 여유로움을 닮고 싶다. 그들은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유연하게 바람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로 인해, 아니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나로 인해 상처받아 초라해 지는 나를 발견한다. 또한 나는 그런 나를 너무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타인들을 그리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동쪽으로 불면 동쪽으로, 서쪽으로 불면 서쪽으로 나는 내 몸을 그들에게 맞추어 보려 한다. 그의 풀이 바람을 따라 눕고 눕다가 마지막에는 뿌리마저 누워버리듯이 철처하게 말이다. 풀뿌리는 그만큼의 의지로 보여 진다. 오직 내 의지로 인해 굴욕이 아닌 여유로움을 택하고 싶은 것이다. 이 시는 그의 마지막 시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는 무언가 그의 모든 삶을 통틀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으리라. 흔히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민중으로 비유되면서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 꿋꿋이 맞서는 우리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4.19의 영향으로 동시대의, 아니 더 나아가 온 인류에게 생명과 자유에 대한 이념을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바로 이 순간 이 시는 나에게만, 오직 나만을 위한 작은 메시지를 남긴다.
by 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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