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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바람꽃졌지요
늦 장마가 지속되고 마음마저 울적한 요즘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본 시집 한권이 출간됐다. 성백원씨의 ‘형님, 바람꽃 졌지요’(다층 刊). 따뜻한 마음을 담은 80여편의 이 시집은 작가가 일상에서 겪는 삶의 회한을 스케치하듯 그려내고 있다. ‘늦 가을 하늘에/삶이란 화두(話頭) 하나 걸어 놓았습니다//버려라/하늘이 말했습니다//남김없이/버린다 했습니다//하늘이/껄껄껄 웃었습니다//숨쉬기가/편했습니다’ ‘가을 여행’이란 제목의 이 시는 무릉도원을 꿈꾸는 작가의 속내가 드러나 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마음을 비운 뒤 비로소 세상을 얻었다는 어느 한 성인의 말처럼 작가는 육신뿐 아니라 마음의 자유를 희망한다. 하지만 작가는 정작 자신의 삶은 무릉도원에 머물길 바라지 않는다. 시집에서 밝힌 작가의 생각은 ‘… 바람이 되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속세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려 한다.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우리네 삶. 작가로서, 시인으로서 스스로 해나가야 할 바를 작가는 즐기고 있는 것이다. ‘… 힘내서 살아가다 보면/오늘의 고통도/웃으며 이야기하는 날이 오고/먹구름 지나 푸른 하늘이 살 듯/비구름 위에서도/별들이 빛나는 일처럼/절망도 햇살을 맞이하는 징검다리 아니던가’ 총 7연으로 구성된 ‘절망 속에 드는 햇살’이란 이 시는 장마를 소재로 하고 있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라지만 어김없이 아픔을 주는 장맛비는 우리 인생에 한번쯤 찾아오는 위기와 일맥상통 한다. 하지만 마지막 연이 말하듯 ‘힘 내서 살아가다 보면’ 위기 또한 기회가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성씨는 현재 오산중학교에 재직중이면서 장안대학에 출강하고 있으며 경기시인협회 이사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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