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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풀들이들려주는위대한백성이야기1 |  | |
| | 아이를 유아원에 보내놓고 아주 오랜만에 영풍에 나왔다. 책을 보는 것만 해도 황홀한 기분을 ´미스´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여기저기 서가를 둘러보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이 책을 발견했다. 신문 여기저기에 꽤 소개되었던 책이다. 나는 들풀 1,2권을 선뜻 골랐다. 아버지 제사 때문에 친정에 가야 하는데, 중학생 조카에게 줄 선물로는 적당하다 싶겠다는 것이 이 책을 고른 이유다. 사실 2권을 사도 다른 책 1권 가격 정도라는 매력도 작용했고, 고전을 재해석했다니 교육적인 것처럼 보이겠거니 하는 좀 무심한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조카 선물을 싸게 고르고 나서.. 나는 다시 책의 바다에서 책 내음을 만끽했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 책을. 친정으로 가는 길은 즐거웠으나 좀 지루했고, 아이가 남편 품에 잠들자마자 약간의 피로와 권태가 몰려왔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차 바퀴 진동에 몸을 맡기고 잠깐 눈을 붙일까 하다가, 이 조용한 평화가 얼마인가 싶어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손에 집히는 것이 <들풀>이다. 다시 넣고 다른 책을 낼까, 하다가 조카에게 주기 전에 내가 좀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 싶어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리고 세 시간. 나는 기차가 경주에 도착할 때까지 이 책을 놓지 못했다. 그냥 청소년들에게 읽히는 교훈적이고, 좀 따분한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투영한 심청전. 심청과 심학규, 그 어머니의 생활상과 심청이 권력에 밉보여 팔려가는 장면에선... 절로... 힘줄이 솟았다. 바다에 빠지면서 자신을 핍박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는 심청을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 심청전을 읽으면서 울었다. 어, 울 일이 아닌데.. 싶었는데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뭇꾼과 선녀는 아주 유쾌했다. 이런 저런 구혼자들을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타박놓던 선녀가... 나뭇꾼의 고백 - 예전에는 나도 사람들을 미워하고...- 에 그래, 깨닫는 네가 좋다.. 하면서... 결혼을 결심했을 때, 옆에서 낮게 코를 골며 아이와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 나 역시 이런 저런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마다하고...ㅋㅋ 평범한 남편과 결혼했었다. 그 진실성 때문에. 1권을 단숨에 읽고, 2권을 중간쯤 읽었을 때 기차는 아쉽게도 종착역을 알리고 있었다. 아, 이런.. 홍길동이 일본의 친구와 우정을 쌓는 부분에서 아이가 깨서 부산한 바람에 아쉽게 책을 넣었다. 결국, 나는 조카에게 들풀 1권 밖에 주지 못했다. 2권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읽어야 하니까. 그리고 어제, 나는 다시 들풀 1,2권을 샀다. 두번째 권은 1권을 다 읽고 기다리고 있을 내 조카를 위해. 첫번째 권은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미울 때마다, 전세금이 올라갈 때마다 남편의 적은 월급을 타박할 나를 위해 나뭇꾼과 선녀를 다시 읽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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