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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가는취주
오랫동안 훼손된 현실 속에서 ‘자아찾기’에 천착했던 작가는 이제 다양한 소재와 소설적 방법론을 동원하여 현대인의 정체성 탐구에 나서고 있다. 장편소설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에서 깊은 인상으로 자아 정체성 문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새롭게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첫사랑, 민주사회에 대한 열정, 활기 넘치는 소시민들의 생활 들이 때론 힘차고 때론 우수어린 문체에 실려 밀도 있게 그려지고 있다. 개인사가 곧 역사가 되는 근대 이후의 시민 사회의 여러 모습을 ‘환각’스러운 모습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봄으로 가는 취주吹奏>는 과거 군사정권시절, 교련검열을 앞두고 검열 시험을 준비하는 학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취주악대의 연습 과정을 통해 과거 군사교육훈련을 비판하고, 악장 자리를 놓고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당시의 정국 상황에 연결시켜 우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표리>는 지난 총선거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비방으로 선거사범이 되어 쫓기는 한 청년의 사건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수배를 피해 여장남자로 밤무대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서간체 형식을 빌어 그리고 있는데, 성폭력과 성문제를 은유하기 위해 아니마, 퍼소나, 거울 이미지 등 원형적 정형들을 내세운 점이 돋보인다. 우연히 서점에서 알게된 그의 첫 소설은 한동안 나의 가슴 깊은 곳에 진한 앙금을 남기고 있었다. 살아간다는 것, 살아야 한다는게 무엇일까? 그 물음에 답답함을 이번 소설에선 희미하게나마 그 끝을 잡을 수 있을꺼 같았다.


by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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