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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사랑
´콩깍지 사랑’은 서울에서 처녀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충청도의 어느 시골에서 남편과 다운 증후군에 걸린 아들 민서와 유기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는 추둘란 씨의 산문집이다. 저자는 서울에서 살았을 때는 나이도 젊었거니와 대도시의 정서도 그러해서 나름대로 성공도 꿈꿔가며 치열하게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고 고백을 한다. 건조한 대인관계와 따지고 보면 길고도 긴 인생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회적 일상들의 무상함을 깨달은 건 결국 모든 욕심들을 버리고 귀농을 한 이후란다. 저자는, 귀농을 한 이래로 보기만 해도 정겨운 이웃들 그리고 외따로 안겨도 포근하기 만한 대자연과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니 이제는 그냥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전한다. 도시생활이었다면 밀물처럼 밀려오고도 남았을 법한 스트레스를 더 이상 받을 필요도 없고, 스트레스를 얼마간 받았다손 치더라도 기분 좋게 치고 받아가며 해소할 이웃과 자연이 있으니 그녀는 참으로 행복하단다. 게다가 적적한 시골생활에 이내 식상해할 무수한 몽상적 귀농주의자들과는 달리 그녀는 진심으로 그녀를 둘러 싼 그녀의 이웃들과 환경을 사랑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축복일는지? 사회적 약자라고 일컬어지는 소외 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 이 책은 다운증후군에 걸린 저자의 아들 민서의 이야기를 통해서 장애우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한 꺼풀 벗겨내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장애우들도 결국은 귀중한 하나의 인격이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시종일관 평온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그리고, 책의 어느 곳엔가에서 마침내 그녀 부부는 이렇게 얘기한다. ‘민서, 이 놈이 어떤 때는 장애아인지 정상아인지 도대체 구분이 안 간다니까!’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세상이 점차 첨단화 되어 가면서 이제는 경로효친사상의 미덕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물론 위계질서 상의 상하분리구조는 사라져야 마땅하겠지만, 적어도 선험자들의 깊이에 대한 존중과 그들이 일구어 우리에게 제공한 지금의 환경들을 감사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조차도 기능적 가치로 평가되는 이 시점에서 못 배우고 못 가진 이 땅의 어르신들이 그들의 공덕에 대한 존중을 얻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는 효도라고 하지만 더디고 촌스럽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가 십상인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이웃이자 우리의 선배들이기도 한 여러 노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저마다 소박하지만 그만큼 넉넉하기도 하다. 소녀처럼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야학장에서 열심히 글을 배우고 있기도 하고, 더불어 사는 이웃이라 하여 없는 살림에 저자의 가족에게 음식이며 살림살이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고도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그 살가운 모습이라니. 우리는 더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들의 태도에 대해서 논리적 비판을 가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의 내리사랑만큼은 감당할 수가 없지 않던가? 저자의 필력은 그녀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전문작가의 것이지만 게으른 글쓰기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에 비하자면 훨씬 더 수준급이다. 게다가 사람과 자연에 부대껴 가며 직접 체득한 삶에 대한 성찰들에서 적지 않은 공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언뜻 보면 흔한 글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글을 살피다보면 분명히 글들 간에 비슷한 정서가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글 속에 파묻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의 깊이를 미루어, 어쩌면 그런 와중에 자신의 눈에 눈물이 살짝 글썽이더라도 창피해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당신의 정서는 지극히 정상적이니까.


by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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